올해 일본에서 야키니쿠점(불고깃집)의 폐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인 테이코쿠데이터뱅크(帝国データバンク)가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부채 1000만 엔 이상 규모의 야키니쿠점 경영 사업자 도산 사례는 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도산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테이코쿠데이터뱅크는 이러한 폐업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엔화 가치 하락을 지목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고기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야키니쿠점의 경영에 큰 타격을 주었다. 지난해 실적이 적자 전환한 외식업체 비율은 34.8%였고, 이익이 감소한 업체는 64.6%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엔저 현상으로 인해 수입 고기뿐만 아니라 전기·가스비와 인건비 등 점포 운영 비용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는 물론 저렴한 돼지고기 가격도 엔저로 인해 상승하면서 야키니쿠점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야키니쿠점 폐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면서 외식을 줄이게 되었고, 이는 소규모 야키니쿠점의 폐업을 더욱 촉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신메뉴 개발이나 점포 서비스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슈퍼 엔저' 현상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61엔 중반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과 일본은행(BOJ)의 긴축이 맞물리면서 미일 금리 격차가 커지자 엔화 매도 수요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엔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능력을 상실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 부채 규모가 커서 금리 인상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을 반전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야키니쿠점이 이러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메뉴 개발과 더불어 점포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며, 소비자들이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는 가격 전략이 요구된다. 일본의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