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비둘기 사육장 '비둘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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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비둘기 사육장 '비둘기 요리'


2020. 12. 27.

비둘기 고기를 Squab 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비둘기 고기의 이미지와 달리 꽤 식용이 되고 있으며, Squab 스테이크는 미국/유럽에서 파인 다이닝 메뉴 중 하나이며,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딴 레스토랑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

포르투갈에서 한국 여행자가 본 일을 책으로 쓴 것에서 이런 게 나온다. 리스본 거리에서 정중하게 양복 입은 노신사가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장갑을 끼고 푸댓자루를 꺼내더니만 비둘기들 중에서 살찐 몇 마리를 잡아서 얼른 푸대에 넣고 가더란다. 책 저자가 포르투갈 지인에게 이걸 이야기하자 다들 아무렇지 않게 말하길 "그 비둘기들은 지금쯤이면 누구 뱃속에 있겠지 뭐." 대략 치킨 정도의 위상인 듯하다.

원래는 비둘기 요리는 지중해 연안의 요리였다. 이곳 자체가 비둘기의 원산지이기도 하고. 이집트에서는 '하맘 마슈위'라는 요리가 있는데 결혼식 날 장모가 사위에게 만들어주는 요리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장모가 사위에게 닭백숙을 해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다. 더불어 비둘기 꼬치구이도 이집트에선 진짜로 시중에 팔기도 한다. 얘네는 닭둘기가 아니고 식용으로 키운 녀석들. 이집트에 머물던 교포가 더워서 영 맥을 못 추자 이집트인 친구 아버지가 식당 하는데 몸보신하라며 새고기 하나를 줘서 맛있게 먹었는데 이 닭고기 맛있다고 하자 친구랑 그 아버지는 "아니, 비둘기 고긴데?"라는 말을 하여 기겁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 닭둘기를 이집트에 수출하자고 하는 우스개도 있지만 이집트에서도 비둘기 넘칠 정도로 많고 거기에서 먹는 비둘기는 한국 이상으로 살찌운 다음 잡아먹는다. 다만 여기도 일부 비양심적인 식당은 닭둘기를 먹는 듯싶다. 미국과 호주 음식 전문가들이 쓴 플래닛 푸드라는 책자를 보면 이집트 서민 식당에서 비둘기 고기를 먹었는데 고기가 뭔가에게 아주 짓눌려 납작해져 있었단다. 이게 왜 이러냐고 하니까 가게 주인은 도축할 때 이리 되었다고 말을 피하기에, 뭔가 이상해서 그냥 나오려니까 값을 깎아주는 통에 그냥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이집트 지인에게 이 이야길 해주자 종종 자동차에 치여 납작하게 죽은 길 비둘기들도 식당에서 파는데 그걸지도 모른다고 했단다.

중국에서도 당연히 비둘기를 식용으로 쓴다. 주로 구이로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먹어본 사람들에 의하면 맛있다고 한다. 백숙을 해 먹으면 겉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그냥 좀 작은 닭 같은 느낌이 된다.

그 밖에 아랍인들은 닭 키우듯이 비둘기를 키운다. 회귀본능이 있는 비둘기들의 본성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냅두면서 먹이도 주고 키우다가 필요하면 잡아서 먹는 건데 의외로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닭 다리를 먹는 느낌과 비슷한데 닭고기보다 기름진 편이다. 터키 요리에서도 별미로 여기는 부위로 터키 전역에서 먹는 것은 아니지만 마르딘, 샨르우르파, 하타이 도 같이 아랍문화가 강한 지역에서는 비둘기를 양념에 절여서 구워 먹기도 하고 치킨처럼 튀겨먹기도 한다. 일본 레스토랑에서도 고급 요리로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치킨처럼 비둘기구이를 먹기도 한다.

비둘기 고기에 들어있는 판토텐산은 음낭습진을 치료한다.

세르비아 군의 사라예보 봉쇄 때에도 봉쇄로 인해 식량이 모두 떨어졌을 때, 보스니아 저항군이 거리의 비둘기를 사냥해 먹은 건 유명하다. 단, 모든 지역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1984 사라예보 동계올림픽으로 비둘기를 날린 사라예보에서만 있었던 일이다. 무엇보다 올림픽으로 비둘기를 풀었고, 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에서 비둘기가 많았으니 비둘기를 먹었을 수밖에.

북한 김정일도 생전에 비둘기 요리를 매우 좋아했다고 하는데, 비둘기를 간장에 절인 뒤 쪄서 만드는 비둘기 간장찜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식용으로 기르지 않은 이상 도시의 비둘기는 먹지 말자. 오히려 역으로 독이다. 토사물 등 각종 오물과 오폐수를 섭취하면서 매연과 먼지에도 시달리니, 중금속과 기생충이 비둘기의 몸에 잔뜩 축적된다. 이런 걸 먹어야 하는 상황은 보스니아 내전급 외엔 없다고 봐도 된다.

유튜버 진용진이 실제로 비둘기를 구해서 시식해본 바 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튀겨서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먹을 만은 하고 만약 닭이 없다면 먹겠지만 치킨이 있다면 굳이 먹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가를 했다.

유튜버 빠니보틀도 이집트에서 비둘기를 먹고 비둘기 사육장도 갔다왔다. 맛은 먹을만하지만 닭보다 살짝 비리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