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vs 신이 말하는 대로 유사성 논란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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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vs 신이 말하는 대로 유사성 논란 종결


2021. 10. 4.

만화 및 실사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 나오는 '다루마 씨가 넘어졌다'와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왔다. 두 게임은 두 작품 공통적으로 첫 번째 데스 게임을 담당한다. 오징어 게임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대형 영희 로봇이 등장하며, 신이 말하는 대로는 살아있는 다루마 장난감이 등장한다. 이 두 인형이 뒤돌아 있는 사이에만 움직일 수 있고, 인형이 보고 있는데 움직이면 죽는다는 점이 같다. 사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다루마 씨가 넘어졌다'는 이름만 다르지 규칙은 똑같은 옛날부터 있었던 놀이이기 때문에, 술래에게 들키면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구상이 감독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냐는 게 논란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데스 게임류가 어느 정도 장르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비슷한 부분 하나하나를 뽑아내어 각기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비슷한 부분이 없기가 힘들다. 막상 신이 말하는 대로도 1997년에 개봉한 영화 큐브와 정육면체의 미지의 공간 안에서 데스 게임이 펼쳐진다는 점이 똑같고, 2020년에 나온 아리스 인 보더랜드도 초반 방 탈출 게임이 설정과 해답 면에서 큐브와 매우 유사하다. 천재의 활약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덤. 이렇게 비슷한 소재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주장한다면 장르라는 것이 성립하기 매우 어렵다.

애초에 표절이 성립되려면 트레이싱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표현을 베낀 게 분명하거나, 법원에서 표절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표현이란, 소재나 아이디어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작권의 보호는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저작물의 아이디어를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않고, 표현을 복제한 경우에 저작권의 침해가 된다. 이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라고 한다. 즉, 아이디어, 노하우 등은 그 자체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표현이지, 소재가 되는 사상이나 감정이 아니다.

실제로 강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안진경 교수는 오징어 게임이 표절보다 장르의 유사성에 가깝다고 보았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최초의 시도 이후 장르 문법이라는 게 정립이 될 수밖에 없다. 최초의 작품이 등장하고 나면 유사한 작품들이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소재나 캐릭터 설정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표절일 수 있으나 오징어 게임은 장르 문법을 지키면서 20~30%의 새로운 것을 더한 것이라고 본다."라고도 말했다. 이어 "장르의 관습과 문법이 형성되는데 충실하게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그 장르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며 "장르의 문법을 굉장히 잘 지키면서 새로움을 추구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또한 상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김평강 교수 역시 "보통 전문가들은 이런 장르의 경우 표절 시비를 가리기 위해 드라마 등장인물의 동선이나 설치 등이 유사한지 등을 본다."며 "극 중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 혹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고전 놀이를 차용한 것만으로 표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비슷한 사례로 높은 곳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지는 쪽이 떨어진다는 게임은 2014년에 한국의 예능 무한도전이 선보인 바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진지하게 표절이라고 따지는 사람이 '다루마 씨가 넘어졌다' 부분에 비해 거의 없는데, 이는 오징어 게임과 무한도전의 장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장르라는 것을 잊고 소재의 유사성에만 집중하여 무한도전을 표절한 것이라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기보다는 한국의 전통 놀이를 소재로 한 것이기에, 한국인에게 무척 익숙한 소재이고, 이를 바탕으로 표절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빌딩 줄다리기 아이디어를 냈던 개그맨 박명수는 라디오쇼에서 "오징어 게임에서 제가 아이디어를 냈던 줄다리기를 똑같이 하더라." 라면서도 오징어게임 무한도전 표절설을 의식한 듯 “다른 거 얘기하는 게 아니고 잘했다는 뜻”이라며 “재밌게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1등 하고 있어서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밝히며 호평했다.

마찬가지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죽음을 결합한 시도가 신이 말하는 대로 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00년대 초에 이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가 죽는다는 컨셉의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이 있었다. 애초에 한국에서 매우 대중적인 소재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장르별로 적용하는 건 엄청난 독창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하물며 데스 게임 장르에서 사용한다면 죽음을 연관시키는 게 더 수월할 수밖에 없으므로 안진경 교수나 김평강 교수 같은 전문가들이 말한 고전 놀이를 차용한 것만으로는 표절이라고 보기 어렵고, 장르의 유사성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엄연히 두 작품에 등장하는 두 게임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는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아무런 서사 전개 없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도중 느닷없이 교사의 머리가 터지고 다루마가 등장한다. 그 후 학생들은 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모른채 강제적으로 참가한다. 반면 오징어 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이 게임인 걸 알면서 동의 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심지어 포기할 기회도 있었다. 게임 참가자에도 차이가 크다. 오징어게임은 빚 등의 경제적 빈곤으로, 돈이 필요한, 불특정 나잇대의 사람들이, 상금을 걸고, 본인의 의지로 참가해서 게임을 치르지만 본작 신이 말하는 대로는 특정 나잇대의 전 세계 고등학생들만이, 아무런 조건없이, 강제로 게임을 치른다.

또한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는 교실마다 다루마가 있어서 다루마 뒤에 붙어 있는 버튼을 누르는 사람 한 명만 살아남는 것이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별도의 그룹으로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출발해서 탈락자를 제외하고 제한시간 안에 인형 건너편으로 골인한 나머지 모두가 승자가 되는, 이론상 전원 통과가 가능한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신이 말하는 대로는 신적인 존재가 게임을 운영하며 살아있는 다루마 장난감이 감정을 표현하면서 꼼수까지 쓰는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나오지만, 오징어 게임은 인간이 게임을 운영하기 때문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도중에 참고 사항을 방송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인형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기계일 뿐이다. 덕분에 기계의 허점을 이용해 꼼수를 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비슷해 보이는 장면들을 짜깁기한 이미지는 막상 영상 대 영상으로 비교하면 차이점이 명확히 보이므로 실제 영상을 보고 비교하는 게 옳다. 특히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대사가 다른데도 이미지 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고 같은 위치에 나열하기도 하니 유의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피 묻은 여자가 나오는 장면이 비슷하다며 비교한 이미지가 있는데, 정작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 나오는 장면은 오징어 게임의 장면처럼 다른 사람이 갑자기 죽는 걸 보고 당황해서 비명을 지르는게 아니라, 게임이 진행될 때로 진행된 상황에서 멈춰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황동혁 감독은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해당 논란에 대한 답변을 한 바 있다. 황 감독은 작품을 찍을 무렵에 '신이 말하는 대로'라는 작품이 있고, 첫 게임이 같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그때 보았지만 첫 게임이 같을 뿐 그닥 연관성이 없고 크게 유사성이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8년에 구상해서 2009년에 대본을 쓸 때부터 이미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고, 그 다음 모든 게임을 정해 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신이 말하는 대로는 영화가 나온 것도 2010 몇 년이고 만화가 일본에 처음에 공개된 것도 2010 몇 년으로 알고 있기에, 그게 맞다면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굳이 우선권을 주장하자면 본인이 먼저 대본을 썼기 때문에 본인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는 데스 게임의 시작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던 것은 기획 때부터 확고했다고 말했다. 2008년에 기획 당시부터 극중 놀이에 대한 구성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첫번째 게임은 무궁화꽃이어야 한다는 건 확고했다고 한다. 수백명이 집단으로 하는 첫 게임에서 대량학살을 하는 쇼킹한 충격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 기획 당시부터 오징어를 마지막 게임으로 정했다는데, 게임의 룰 때문이라기보다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도형을 마치 링처럼 사용하고 그 위에서 최종 결승에 오른 이들이 검투사같이 대결을 펼치는 그림을 상상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게임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져가고 싶었다며 6개의 게임중 처음과 시작을 장식한 게임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과 다른 데스 게임 장르 작품들의 가장 큰 차이점을 직접 설명하였는데, 황 감독이 말한 다른 작품들과 오징어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것. 다른 게임물은 사람보다 게임이고, 천재적인 사람이 게임을 풀어가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 놀이 중에서도 가장 쉬운, 30초 안에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하는 사람들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전 세계 누구나 게임을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른 게임물들은 영웅을 내세워 해결한다. 여기엔 어떠한 위너(승자)도 없고, 영웅도 없고, 천재도 없다. 그저 루저(패배자)들의 이야기다. 기훈도 남의 도움으로 한단계 한단계 통과한 것이다. 징검다리가 끝나고 기훈이 상우에게 "왜 그 사람을 밀었느냐"며 "그 사람 덕에 우리는 다리 끝까지 간 것"이라고 한다. 반면, 상우는 "아니야. 난 내가 죽도록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어."라고 한다. 이런 두 사람의 관점이 세계관 차이를 보여준다. 상우는 "난 승자, 나 때문에 여기 있다.'라고 생각하고, 기훈은 "그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과 노력으로 여기 왔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오징어 게임은 루저들의 이야기다. 어떤 승자도, 영웅도 없는.

정작 일본에서는 오징에 게임에 대해 호평이다. 일본 최대 영화 리뷰 사이트 필마스크는 '한국의 독창성'에 주목하여 오징어 게임을 높게 평가했는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을 한국 전통놀이로 채웠다는 점을 다른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뽑았다. 또한 작중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보편성에 대해서도 호평 일색이는데, 전 세계에 유사한 놀이가 존재하는 만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데스 게임 장르를 꺼려한다."면서 "오징어 게임은 다양하고 신선한 시도로 새롭게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한 데스 게임 장르인 간츠를 그린 유명 만화가 오쿠 히로야도 "일본 콘텐츠에서 영향은 받았겠지만 각본이나 연출이 신선해 매혹적이다. 술술 보게 된다."라며 호평했고, "설마 내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울 줄이야."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배우 카쿠 켄토는 2021년 9월 29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오징어 게임의 세계 1위를 축하하며, 위기감은 느끼지만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업로드하였다.

그리고 저널리스트 마츠타니 소이치로는 기존 데스 게임 장르 히트작 상당수가 죽음을 다루면서도 심각성을 강하게 묘사하지 않아서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가 만연하여 축소되고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오징어 게임은 작품을 현실적이면서 무겁게 만들었기에 '새로워진 고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 호평했으며, 비슷하게 일본의 리뷰 매체 리얼사운드도 오징어 게임을 으레 볼 수 있는 단순한 데스 게임 작품이 아니라고 보았다. 데스 게임 작품은 해외 각국에도 존재하지만, 황동혁 감독은 특유의 사회 비판 전달 기법을 통해 데스 게임 장르와 사회적 시선을 접목하였으며, 이로 인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도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