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발리예바 도핑 적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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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발리예바 도핑 적발 사건


2022. 2. 21.

 

2022년 2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도중 러시아의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인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에 적발됬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시상식이 지연되었고, 러시아 선수 중 누군가가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되었으며 법적 문제도 함께 걸려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의 후속 보도에서 해당 선수는 카밀라 발리예바라고 밝혀졌다. 최초 보도에서 알려지지 못한 것은 해당 선수가 만 15세로 미성년자이며, 따라서 보호를 위한 법적문제까지 얽혀 밝히기까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 언론에서는 문제가 된 약물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며 심장병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지만, 다른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도핑용 약물을 체내에서 빠르게 배출하도록 돕는 약물이 검출된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도핑의 증거라고 한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확인 중”이라고 했고, ISU측은 “IOC와 법적인 협의가 필요한 돌발 상황이 생겼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미 2016년 도핑 스캔들로 인해 자국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5년 만에 다시 한 번 도핑 스캔들이 터지며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불어 이번에 도핑 테스트에서 걸린 선수가 여자 싱글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발리예바라는 점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으며, 당장 2월 15일부터 치러질 여자 싱글 경기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었다.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들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그 나이대에 도저히 형성될 수 없는 근육질 선수가 많아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발리예바를 비롯한 러시아 여자 선수들의 쿼드러플 점프를 억지로 따라하려다가 좌절하거나 부상을 입은 타국의 여성 싱글 선수들도 부지기수였는데 발리예바의 도핑 적발로 인해 어떻게 이토록 비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밝혀진 셈이 되었다. 실제로 겉으로 살짝 드러나는 것만 보더라도 러시아의 노비스들은 약물로 인한 육체적인 손상과 코치의 폭력에 시달리며 피겨를 배우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여자 선수들이 매 시즌 무엇을 해도 넘을 수 없는 러시아 여자 선수들의 벽 앞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고난도 점프를 장착하기 위해 수없이 많이 다치고 좌절했다.
- 트리플 악셀 점프와 부드러운 스케이팅이 강점인 키히라 리카는 무리하게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연습하다가 당한 부상으로 인해 2021-22 시즌 모든 대회들을 기권하며 인생에 유일할지도 모르는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 알리사 리우는 쿼드러플 러츠와 트리플 악셀의 연마와 겹친 성장기로 인해 한 시즌을 통째로 기량 회복과 트리플 점프 회복에 몰두했어야 했다.

- 유영은 '지금이야 자신감이 넘치지만 한때 쿼드러플 점프를 랜딩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흥미를 잃을 뻔할 만큼 많은 방황을 한 때도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 브래디 테넬은 트리플 악셀을 연습하다가 부상을 당해, 2021-22 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여태까지는 언제나 "러시아 애들이 진짜로 잘하니까."로 끝났었다. 근데 이 모든 것이 다 도핑빨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당연히 동시대 타국의 여자 선수들은 상실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러시아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쿼드러플 점프 동작을 어쩔 수 없이 익혀야만 했던 타국의 선수들은 분노와 허망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세대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불과 이 사건으로부터 10년도 안 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대가 저물 무렵부터 발리예바를 비롯한 러시아 신세대 여자 싱글 선수들이 대두하면서 점수 인플레가 지나치게 일어났는데, 10년 간 사람이 특별하게 진화된 게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하게 거론되던 사안이었다. 이런 식으로 노비스~주니어 시절부터 도핑을 일삼을 경우엔 선수의 성장이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더욱 금지되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러시아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려 국가 차원에서 자국 선수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핑을 조직적으로 주도하는 셈이다.


러시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카밀라 발리예바의 단체전 금메달은 박탈되며, 개인전은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만, 다른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 등과 관련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발리예바가 복용한 약물은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이다. 이는 협심증 환자들이 복용하는 것으로 2014년 쑨양이 복용했다가 적발된 약물이기도 하다. 또한 2014년부터 복용이 금지되었으며, 성인에게만 소량 복용을 권장하고 있어서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ISU와 IOC에서 논의 중인 사항 중 하나는 메달 수여 국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발리예바만 테스트에서 걸렸으니, 단체전 중 여자싱글 점수만 무효화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 전원의 점수를 무효화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 중인데, 명확한 관련 규정이 없다. 전자라면 점수 계산을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고, 후자라면 2위를 차지했던 미국이 금메달, 3위였던 일본이 은메달, 4위였던 캐나다가 동메달을 받는다.

그런데 당일 아침, 발리예바가 멀쩡하게 아침 연습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개인전 참가 자격 박탈과 단체전 금메달 취소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연습에 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2년 1월에 치러진 유럽선수권 전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 2번에 걸쳐서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되었다. 무작위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며, 유럽선수권 이전에도 적발되었는데 어떻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발리예바는 해당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를 제외한 여러 해외의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의 처리 과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데이비드 하우먼 전 세계반도핑기구(WADA)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성년 선수의 약물 검사에는 선수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회 중 경기와 시상식 사이에 약물 양성 반응 결과가 나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보통 해당 선수는 곧바로 실격 처분을 받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미 ISU는 2016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때 실수로 도핑 테스트에 불참한 김예림을 두고 “도핑 테스트는 선수의 나이와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상당히 단호하게 대처한 바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 일에서만 무르게 굴고 있다.



이 사건은 안 그래도 이미지가 안 좋았던 러시아 스포츠와 피겨 스케이팅이 전 세계적인 비판을 넘어 비난의 대상으로 얼룩지게 된 사건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배후로 추측되는 최고 지도자 푸틴 역시 전쟁 위기와 맞물려 자국을 제외하고 이미지가 엄청나게 추락했다.



김연아, 애슐리 와그너, 아담 리폰 등 은퇴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도 CAS의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미국 선수들은 현역과 은퇴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이 트윗을 올리며 이러한 결정을 크게 비판했다.

특히 김연아의 소신 발언이 인상적인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피겨 사상 최악의 편파판정으로 본인의 금메달을 빼앗기는 피해를 보았을 때도 상대 선수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나 심판을 비판하지 않았고, 타 선수의 웜업 방해 사건 때도 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본인의 정석 점프와 타 선수의 치팅 점프를 비교하는 인터뷰 질문에도 "잘못된 점프가 쉬운 점프는 아니다."라고 하는 등 타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일절 없었기 때문. 그런 김연아마저 발리예바의 도핑 의혹을 비판할 정도로 도핑은 승부조작, 심판 매수와 더불어 스포츠인으로서는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될 악질 중범죄인 것이다. 

 

이에 많은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해당 포스팅을 리그램하며 암묵적으로 지지했고 많은 미국 선수들도 해당 글을 리그램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예림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으며, 알리사 리우도 현 사태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 유영도 경기 중에는 신경을 안 쓰려고 했으나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신경이 안 쓰였다고 하면 거짓말이기는 하나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했다."는 등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차준환은 CAS 결정이 나오기 전인 12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도핑 문제가 발생한 게 안타깝다. 도핑 문제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스포츠에서든 선수가 깨끗하고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 쏟아부은 노력이 반영돼야 한다고 믿는다. 좀 더 깨끗한 스포츠 환경이 되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14일에는 다른 몇몇 선수 및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김연아의 인스타그램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한편, 카타리나 비트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이번 도핑 사건의 책임이 발리예바의 주변 어른들에게 있다며 발리예바를 두둔하였다. 이러한 동정론은 발리예바가 아직 미성년자인 것에 기인한다. 로이터 통신은 약물이 검출된 사실 자체보다 이런 상황을 만든 발리예바 주변 사람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겨 팬들의 반응은 싸늘한데, 카타리나 비트 역시 냉전시대 공산권이던 동독 출신 스포츠 스타로서 어린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왔다는 점 때문. 동유럽 국가들의 어린 선수들의 약물 복용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직접적으로 선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선수가 반강제적으로 도핑을 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적인 병폐를 비판하는 것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미성년 약물 복용자들에 대해서도 도핑에 대한 책임을 일률적으로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 역시 체제 선전에 소모당하고 버려지는 피해자이므로 적발 선수 개개인에 대한 비난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더욱 근본적인 적폐청산이 시급하다고 보는지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며, 진정으로 선수를 걱정한다면 출전을 막아야 한다고 일갈한 리폰처럼 발리예바의 출전 강행을 비판하는 선수들이 발리예바 개인에 대한 걱정도 드러내는등 서로 양립 불가능한 대척점의 의견까지는 아니므로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해볼 가치는 있다. 실제로 비트는 발리예바에 대한 이런 걱정을 드러내면서 미성년 선수들이 소모품처럼 혹사당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인 무대 출전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함께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비트는 상단의 김연아의 인스타그램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한 걸 보면 김연아의 비판에도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