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엑스트라 버진은 튀김에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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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엑스트라 버진은 튀김에 적합하지 않다?


2022. 4. 26.

 

올리브유는 올리브 열매의 기름을 추출해서 만드는 식물성 기름으로,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기름이기도 하다. 해바라기씨유와 함께 특히 유럽에서 선호하는 식용유다. 올리브가 자생하는 지중해 연안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다.



식물성 기름이며 포화지방도 적어서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100g당 지방의 양은, 포화 지방 14 g, 단가불포화지방 73 g, 다가불포화지방 11 g이다. 불포화지방의 1/6만큼 포화지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쉽게 산패되지 않아 트랜스 지방도 적다. 올리브유에 포함된 토코페롤과 각종 항산화물질이 발견되고 그리스인의 장수식품으로 여겨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도 많은 양이 수입되며 건강식품으로 지위가 상승되었다. 다만 올리브 자체의 개성 강한 향과 낮은 발연점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 프랑스 요리, 스페인 요리, 포르투갈 요리, 그리스 요리, 터키 요리 뿐만 아니라 각종 양식의 필수요소로, 일단 뭐라도 만들려면 무조건 올리브유는 있어야 한다고 보면 된다. 서양인들은 일반적으로 올리브유 자체의 향취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올리브유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올리브유로 참치 통조림이나 마요네즈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샐러드에 뿌리는 드레싱오일 중에서도 올리브유는 고급으로 통한다.

또한 마늘이나 고추 등 향신료의 맛과 향을 기름에 입혀서 요리에 향을 내는 방법을 애용한다. 대표적으로 알리오 에 올리오는 마늘과 올리브유, 약간의 고추 만으로 맛을 낸다. 솜씨 좋은 요리사가 만든 알리오 에 올리오는 마늘의 풍부한 향이 올리브유에 듬뿍 담겨 있다.

이 외에도 몇몇 셰프들은 올리브유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올리브유 병에 허브나 트러플, 레몬껍질 등을 저며서 넣어두기도 한다.



엑스트라 버진은 열매를 으깨어 즙을 짜내 만든 기름, 즉 압착유를 말한다. 압착 올리브유는 아래에 가라앉은 과육과 위에 뜬 기름을 자연적으로 분리하여 그대로 포장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등급이 Extra Virgin이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제품 아래에 기름과 섞인 미세한 과육을 발견할 수 있다.

Extra Virgin 등급의 올리브유는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방식이므로 가장 신선하며 각종 요리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Extra Virgin의 등급 판별을 위해서는 54가지의 화학 테스트와 전문 테이스터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판별 기준은 FFA 0.8% 이하의 순수 압착 올리브유로, 판별검사는 엄격하여 전체 올리브 오일 생산량 중 약 10~20% 만이 Extra Virgin 등급을 받게 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불을 이용한 조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발화점은 대략 180°C 정도로, 튀김의 경우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역시 불을 이용한 조리를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식용유의 발화점이 320°C인 점에 비하면 발화점이 매우 낮기 때문에 화재사고의 위험성이 일반유에 비해 더 높다. 그러므로 숙련된 요리사가 아니라면 아래의 문단만 믿고 섣불리 엑스트라 버진으로 튀김 요리를 하려 들지 말고 그냥 일반 식용유를 쓰는 것이 더 안전하다.



마케팅 홍보로 인해 대중들에게 Extra Virgin은 '생식용', Pure는 '튀김용' 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는 결론적으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Extra Virgin도 고품질은 조심해서 튀긴다면 튀기는데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Extra Virgin은 다른 압착 생성방식인 Virgin이나 Lampante에 비해 극히 낮은 FFA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급 올리브유는 주의깊게 올리브를 재배, 수확 및 처리하고, 수확 후 빠른 시간 내에 압착하여, FFA기준치인 0.8% 보다 훨씬 더 낮은 0.1~0.2% 정도까지도 구현하고 있다. 따라서 최고급 Extra Virgin 올리브유의 발연점은 약 200°C에 가깝게 되어, 일반적인 튀김에도 어울리는 기름이 된다.

보통 Extra Virgin이 '생식용', Pure가 '튀김용' 으로 알려진 까닭은 Pure의 경우 혼입되는 정제 올리브유가 산도를 0.3% 미만으로 떨어뜨리므로, 제대로 블렌딩될 경우 FFA가 Extra Virgin의 품질 한계인 0.8보다 낮아져, 간당간당하게 Extra Virgin등급을 받은 저급 Extra Virgin에 비해 발연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제대로 된 농장에서 생산되는 올리브유는 뒷면에 FFA(혹은 Acidity)를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으며, FFA가 0.1~0.2% 미만인 최고급 올리브유는 튀김을 만드는데 쓸 수 있다.이 전제로 생각하면 Extra Virgin가 튀김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은 틀리다.

문제는 이런 Extra Virgin은 한국에서 사기 힘들고, 한국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기업 Extra Virgin은 산도를 표시하지 않거나, 교묘하게 감춰두기 때문에 발연점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튀김에 적합하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것은 Extra Virgin이 아니라 FFA기준치라는 것. 하지만 엑스트라 버진이 튀김에 부적합하다는 표현을 쓸 때 사실상의 비교대상은 Virgin을 비롯한 더 낮은 등급의 압착 올리브유가 아닌 정제 올리브유이다.

최고급 엑스트라 버진보다 FFA가 높을지언정 일괄적으로 발연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정제 올리브유에 비해, 과육이 남아있고 FFA를 따져봐야 하는데다 비싸기까지 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합리적인 선택이라 말하긴 어렵다.

퓨어 올리브유는 226°C가 발연점인데 비해 엑스트라 버진은 잘해야 210°C다. 치킨을 튀기려면 180°C 전후의 온도가 필요한데, 온도 상한치가 낮아서 불 조절 실수하면 타고, 타는게 신경쓰여 온도를 낮추면 잘 안튀겨지기 때문에 튀김 과정이 더 까다로워진다.

화학적인 적합성을 떠나 가성비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엑스트라 버진은 더더욱 튀김에는 적합하지 않다. bbq가 LoL 게임단을 스폰싱했을 때 튀김떡밥 때문에 모 천조국의 게임 커뮤니티가 불탔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영미권도 엑스트라 버진을 튀김용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 엑스트라 버진을 거리낌없이 튀김에 쓰는 것은 질 좋은 올리브유가 충분히 싸고 흔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거나 영미권에서도 요리 매니아 및 상류 계층의 이야기로 보인다. 물론 튀김을 만들더라도 기왕이면 더 질좋은 기름이 더 맛이 있기야 있다. 하지만 튀김이라는게 재료를 완전히 잠길 정도로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조리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맛을 내기 위해 너무 비싼 값을 치르게 된다는게 문제일 뿐.

한편 한국의 모 회사 치킨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한' 오일로 닭을 튀긴다고 주장하였는데, 사실상 퓨어 올리브유에 가까운 물건을, 엑스트라 버진으로 오해를 유도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엑스트라 버진 등급의 올리브유에서 나오는 올레오칸탈(Oleocanthal)이라는 페놀 화합물이 건강한 세포에는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빠르게 사멸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의학계와 암 환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항암 치료가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여 신체를 전체적으로 쇠약하게 만든다는 걸 생각하면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인 셈.

엑스트라 버진 등급이라면 소량이나마 함유되어 있는 물질이지만 제품마다 함유량이 다르니까 항암이 목적이라면 따로 올레오칸탈 함유량이 높은 제품을 따로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