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역사상 가장 작았던 선수 '먹시 보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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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역사상 가장 작았던 선수 '먹시 보그스'


2022. 5. 5.

 

보그스는 평균 신장이 188cm에 달하는 NBA포인트가드는 커녕 한국 동네농구 기준으로도 핸디캡으로 작용할 만한 단신이라는 한계를 높은 농구이해도와 빠른 발, 뛰어난 점프능력과 근성으로 커버한 선수다.

먼저 수비에서는 단신이라는 단점을 어마어마한 활동량으로 커버한다. 보그스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가 막는 포지션이 외곽에서 주로 활동하는 포인트가드였다는 점이다. 포인트가드 수비는 세로수비보다 가로수비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공격수입장에서는 키는 작지만 체구가 단단한 보그스를 포스트업으로 쉽게 밀어붙히기도, 그렇다고 사이드스텝이 엄청나게 빠른 그를 제치기도 힘들었다. 또한 자신의 장점인 빠른 발과 손을 이용한 스틸시도로 끊임없이 공격수를 괴롭게 했다. 그의 경기 장면을 보면 공격수가 패스나 슛을 시도할 때마다 마치 찰거머리마냥 달라붙으면서 빠르게 견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아빠에게 달려드는 어린아들이 연상될 정도. 물론 당하는 공격수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그가 체구는 작아도 힘과 운동능력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또한 그는 자기 매치업 뿐 아니라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다른 선수들을 도움수비하기도 했는데 이런 근성과 센스가 가장 잘 나타난 것이 213cm에 달하는 패트릭 유잉을 뒤에서 블럭해버린 장면.

그러나 이렇게 장점만 놓고 보면 그가 수비를 잘한 것같지만, 위에서 언급된 그의 장점은 자신의 작은 키로 인한 손해를 그나마 만회하기 위한 것이었고 엄밀히 말해 그는 구멍을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것이다. 90년대 당시 포인트가드들의 평균 키가 지금보단 작았다고 해도 평균이 186~188사이였는데 이걸 160이 막는다고 생각해보자. 포지션 평균 대비 5cm만 작아도 언더사이즈 소리 나오는게 NBA고 게다가 180대 NBA 선수들은 거의 다 운동신경이 괴물들이다. 막는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오히려 저 정도 키 차이에도 퇴출되지 않고 그나마 수비가 최소한이나마 됐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 애초에 농구는 공격수, 그리고 키가 큰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인데, 상대보다 2~30cm씩 작은 수비수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그스의 수비는 빠른 발과 손으로 상대를 더블팀하거나 기습적으로 스틸을 노리는 방식이었지만(그의 스틸 실력은 경기당 통산 1.5개로 출장시간(28.6분)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애초에 백여 번의 공격권이 오가는 농구 경기 특성상 수비의 기본은 끽해야 두번 정도인 스틸을 노리는게 아니라 상대가 최대한 어려운 슛을 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보그스는 키가 워낙 작아 슛 견제란게 거의 안 되다 보니 일단 공격수에게 공간을 내주면 거의 슛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성기 때 플레이오프 다크호스 정도 되는 제법 강한 팀의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공격력 덕분이었다. 사실 그는 초단신치고 다소 특이하게 득점보다 리딩에 주력하는 선수였다. 그는 공식 신장이 178cm 이하인 선수들 중 유일하게 두 자리수 어시스트와 두 개 이상 항목에서 두 자리수를 기록하는 더블더블을 기록한 선수로 1993-94시즌에는 10.1개를 찍으며 말이 필요없는 어시스트 기계 존 스탁턴에 이은 리그 2위에 오른 적도 있다. 게다가 이렇게 어시스트를 많이 하면서도 실책은 말도 안되게 적어서 통산실책은 1.8개고 커리어 통산 어시스트대 턴오버 비율(ATR)이 4.7, 가장 높았을 때는 무려 5.9에 달했다. 이 수치가 더욱 대단한 점은 그가 뛰었던 샬럿 호네츠는 속공이 강하기로 유명한 팀이었고, 보통 속공위주 팀들은 페이스가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기 때문에 포인트가드들의 실책이 많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쇼타임 농구를 이끌었던 매직 존슨이 그렇고, 역대 최강의 속공 지휘자 중 하나인 제이슨 키드, 스티브 내시 등도 전성기 때 실책수는 경기당 3개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그스는 커리어 통틀어서 2개를 넘은 적이 단 한번(94시즌 2.2개)에 불과했다. 워낙 키가 작은 데다 드리블의 달인 이어서 스틸 당하거나 공을 흘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패스도 매우 정확했다.

또한 그는 훌륭한 득점원은 아니었지만 득점에서도 어느 정도 제 몫은 해줬다. 일단 그는 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선수답게(?) 외곽슛이 빈약한 편이었다. 또한 키가 너무 작아서 수비를 완벽하게 떼놓고 쏘지 않으면 상대 수비수가 블럭하기가 매우 쉬웠다. 그러나 그는 절대 무리해서 공격을 하는 법이 없었고 위에 언급된 빠른 발을 이용해 요리조리 수비를 뚫고 가다가 기습적으로 슛을 쏘거나 레이업을 올려놓는 방식을 통해 득점을 했다. 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89~1997년까지 그의 필드골 성공률은 47%정도였는데, 이는 그의 포지션으로선 준수한 편이었으며 그의 키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보그스에게 행운이었던 건 위에 언급된 것처럼 샬럿이 속공을 많이 하는 팀이었던 것이다. 그는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라 지공 위주 팀이었다면 수비에서의 단점이 속공에서의 그의 장점을 가려 많이 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샬럿은 센터 알론조 모닝, 파워포워드 래리 존슨 등 빅맨들부터 기동력이 좋은 선수들이었고, 속공 시 모닝, 존슨과 더불어 에디 존슨, 허시 호킨스, 델 커리 등 퍼리미터 선수들까지 달려주면서 득점을 퍼부을 수 있는 팀이었다.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른 발과 정확한 패스로 속공을 지휘할 수 있는 보그스만한 선수는 없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