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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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 종결


2022. 11. 21.

 

일단 기본적으로 멸종이라는 전제를 깔고 생각해보자. 이렇게 끝없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서 시간적 선후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념적, 논리적 상호관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닭'이라는 개념은 '닭의 알' 개념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성립하지만 '달걀'은 '닭'이란 개념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성립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을 닭이 달걀보다 먼저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면 '닭'과 '몇 세대 전에 닭 비스무리하게 있던 것'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모든 생물들이 죽으면서 화석을 남겼다면 과연 우리는 과거의 생물들을 종별로 구분할 수 있을까? 자신과 부모의 생김새는 무척 유사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김새는 무척 다르다. 즉 직계 혈통 상의 '닭'과 '몇 세대 전에 닭 비스무리하게 있던 것'과의 세대 간 차이보다 '닭'과 같은 세대의 또 다른 '닭'의 개체 간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달걀을 "닭이 낳은 알"로 정의하느냐, "닭이 되는 알"로 정의하느냐이다. 앞에서 나왔듯이 달걀이 '닭이 낳은 알'이라면 닭이 달걀보다 우선하지만, '닭이 되는 알'이라면 달걀이 우선한다. 두 가지를 다 충족해야 달걀이라는 얘기도 있다.

반면 '닭이 먼저냐 병아리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생식세포가 먼저냐' 같은 질문을 이상하게 여기듯이 달걀은 닭과 별개의 물체가 아니라 닭의 성장 과정 중 일부이기 때문에 무엇이 먼저인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순환에 시작점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면서 논쟁하는 것이 명분적으로는 더 우위에 설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가령 악순환에 대한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그 순환에 참여하는 모든 요인들에 대해 각각의 해결책을 마련하여 동시에 적용 후 해결해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과학의 영역일 것 같은 이 문제도 서로 다른 해석과 근거들로 인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론 짓는데 어려움이 있다.

영국의 두 연구팀 서로 다른 결론에 도출한 것을 소개하겠다. 달걀이 먼저라고 주장한 연구팀에 따르면, "닭의 조상이 낳은 알에서 유전자 변형(진화)이 일어나 최초의 달걀이 됐고 그 알이 부화한 것이 최초의 닭"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닭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연구팀에 의하면, 닭의 난소안에 들어있는 오보클레디딘-17 단백질이 탄산칼슘 입자에 달라붙어 결정체 형성에 촉매 역할을 하다가 결정핵이 스스로 자랄 수 있을 만큼 커졌을 때 떨어져 나가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문에 달걀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모체인 닭이/ 달걀에 우선한다고 보았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도 위와 같은 질문이 나온다. 정확하게는 "불사조가 먼저일까? 불꽃이 먼저일까?" 라는 질문. 이에 대해 루나 러브굿은 "원(순환)에는 시작점이 없다"고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