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향이 널리 쓰이는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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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향이 널리 쓰이는 박하


2017. 8. 17.

박하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자 향신료. 순우리말로는 "영생이"라고 한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 멘테에서 가져왔다.



교잡이 잘되면서 번식력과 생존력도 어머어마하게 뛰어난 식물로, 솔직히 인간이 이 향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면 그냥 잡초였을 식물이다. 심지어 박하 중에는 식물독성을 가진 물질을 뿜뿜하는 종류도 있으니... 덕분에 대충 놔두고 생각날 때 물만 주면 쑥쑥 잘 크기 때문에 중증의 귀차니즘이라도 손쉽게 들여놓기 좋은 식물이다. 제대로 키운다면 틈틈히 따먹을 수도 있으니 개이득... 이지만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어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민들레에 대한 인식이 서양에서의 잔디밭의 마왕일 정도로 나쁜것과 달리 꽤 좋은 이유중 하나가 민들레를 요긴하게 쓰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 박하란 놈들의 향이 유용하지 않았다면 민들레보다 더 지독한 밭의 패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에서 박하를 남의 밭에 몰래 심어 밭을 초토화 시키는 민트테러라는 것이 돌기도 할 정도이다.

상세

상쾌한 향이나 허브가 대중화 된 지역에선 차로 즐겨 마시는 것이 일상적이고, 아이스크림, 박하사탕, 껌,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의 첨가물로도 쓰인다. 모히또 같은 칵테일이나 음료를 만들때에도 특유의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 민트가 자주 들어간다. 그리고 구강세정용품(리스테린 등), 특히 치약에 많이 들어가는데 특별한 향이 없는 기본적인 치약도 박하향은 첨가할 정도. 가장 기본적인 아이스크림에 바닐라향만은 꼭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유의 화아~한 느낌의 청량감 덕에 보통 청록색으로 이미지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허나 그 싸아~한 청량감 때문에 도리어 음식에 넣으면 '치약맛'이 난다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향신료(허브). 대표적인 예가 민트향 아이스크림으로 이쪽은 촉감조차 치약과 비슷해서 싫어하는 사람은 못먹을 것 수준으로 싫어할 정도이다. 반대로 박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치약이 민트향인 거지 민트가 치약맛인게 아니다.' 라며 억울해 한다.어쨌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싫어하니 여러 명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맛을 하나씩 시킬 때에 민트초코를 선택하면 원성을 듣는 수가 있으니 괜찮은지 물어보고 정하자. 

시중에서 상품으로 박하를 구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식물 자체는 생명력이 질기지만 잎을 채집하면 하룻밤만에 말라버리는 탓에 유통이 많이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가격이 다소 높은 편. 이 조차도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잘 팔지도 않고, 백화점 식품관에나 가야 찾을 수 있다. 집에서 키워먹다가 백화점에서 박하를 사려고 한다면 알 수 없는 혈압이 오를 정도. 싱싱한 잎은 그렇다쳐도 말린 잎은 구하기 쉽다. 약재상만 찾아가도 말린 박하잎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종류

박하 자체가 교잡이 잘 돼서 종류는 무수하나 대표적인 것들을 기술한다.

애플민트 (Applemint; Mentha suaveolens)
둥글둥글한 잎사귀에 사과향이 아련하게 나는 민트. 가장 구하기 쉽고 순하다. 자매품으로 파인애플민트, 바나나민트 등이 있으나 어째서인지 이름값을 못 하고 모두 애플민트처럼 사과향이 난다.

스피아민트 (Spearmint; Mentha spicata)
타 종류에 비해 멘톨 성분이 적고 날카로운 잎사귀를 씹으면 동명의 L사 껌 맛이 나는데 덧붙이자면 해당 껌에는 이 식물 대신 이를 모방한 비슷한 향기의 착향료가 쓰였다. 상술했듯이 민트들은 교잡이 잘 되어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유독 스피아민트가 모본이나 부본으로 사용된 품종이 매우 많다.

페퍼민트 (Peppermint; Mentha × piperita)
워터민트와 스피아민트의 교잡종으로, 민트 중에서도 유독 번식력이 폭발적이다. 후추맛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그만큼 멘톨성분이 풍부한 민트.

유럽 페니로열 (Pennyroyal; Mentha pulegium)



멘토퓨란이라는 엄청난 간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방향제, 방충제 용도로만 쓰인다. 인수 공통으로 페니로열 에센셜 오일 몇방울이면 끔살이 가능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미국 페니로열 (American Pennyroyal; Hedeoma pulegioides)
페니로열 비스무리하게 생긴 식물로 박하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종이다. 생긴것도 페니로열과 비슷한대 극악한 간독성 물질이 있는 것도 똑같다. 페니로열과 달리 풀레곤이라는 맹독이 들어있다.

토종 박하 (Field Mint; Mentha arvensis piperascens)

한국과 일본의 토종 민트. 고정된 형질이 적어 개체별 멘톨 성분의 편차가 크다. 동아시아 토종이니만큼 우리 주변에 야생하고 있는 박하라면 이 종류일 확률이 높으나, 요즘은 유출된 다른 민트와 섞여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온갖 교잡종이 꽤 많아져서 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순수한 토종 박하는 보기 힘들어졌다. 허브를 다루는 가게에서는 구하기 힘들지만 시골로 내려가면 밭 언저리나 길가에 지천으로 널려있으며 한약방에서는 말린 토종 박하를 싸게 구할 수 있다. 번식력은 다른 잡초와 비슷하지만 땅속줄기에서 제초제 성분이 나오므로 개체가 너무 많아지면 밭 언저리의 작물이 죽을 수도 있다. 진저민트는 동아시아의 토종 박하와 스피아민트의 교잡종이다.



여담

수국과 더불어 식물계의 물먹는 하마다. 아예 습지식물인 녀석도 있을 정도로. 잘 안 죽고 키우기 쉬운 잡초급 식물이라지만 화분에서는 생각만큼 안 커지고 순식간에 뿌리가 화분을 가득 메워버린다. 작정하고 제대로 키우려면 구역을 막아놓은 노지에서 기르자. 홋카이도 한복판이나 이북의 함경도, 시베리아와 만주같은 추운 곳에서도 무사히 월동하며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땅에서 기어나오는 무서운 녀석이니 월동에는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병원에서는 정말 숨을 못 쉴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수술에 대비해 페퍼민트 기름을 구비해뒀다가 수술용 마스크 안에 문지른다고 한다. 물론 뇌가 호흡을 거부할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 편이라 의료인들은 절대 그걸 쓸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차나 향신료로 쓰는 때에는 생잎을 쓰는 편이 좋지만 전술했듯이 구하기도 힘들고 모종보다 비싸다. 그냥 키워서 쓰자.

참고로 민트의 꽃말은 한번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