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버즈 올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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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버즈 올드린'


2017. 7. 23.


"여기는 달 착륙선 파일럿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나는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누구도, 또 어디에 있어도, 당분간의 행동을 멈추고, 이 수 시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심사숙고 해, 각각의 방법으로 감사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 버즈 올드린


<노년의 모습>


버즈 올드린
Edwin "Buzz" Eugene Aldrin, Jr. (1930 ~ )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으로, 인류 역사상 닐 암스트롱에 이어서 두번째로 달을 밟은 우주 비행사로, 가히 인류 역사상 최강의 콩라인이라 할 만한 이미지로 굳혀져 있다. 하지만 인류 최초로 달에서 성찬식을 한 사람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달을 '떠난' 인물이기도 하다. 좀 장난스러운 타이틀이지만 제미니 12호 EVA 도중에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셀카를 찍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듯 닐 암스트롱의 임팩트에 밀리는 지못미한 위치의 인물이지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대중 앞에 나서길 꺼리며 조용히 대학 교수로 살았던 암스트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달과 우주개발 홍보에 좀 더 앞장서며 우주덕을 키워낸 공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한국전쟁에 공군 파일럿으로 참전해서 소련 전투기를 2기나 격추한 전적이 있다.


활동

1930년 1월 20일 뉴저지 주 글렌 리지에서 태어났고, 미국 보이스카우트에 입단했다. 그리고 뉴저지 주 몬트클레어에 있는 몬트클레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미국육군사관학교를 거쳐 미 공군 조종장교로 임관하고 6.25 전쟁에도 조종사로 참전했는데, 본인이 F-86 세이버로 격추시킨 MiG-15 조종사의 탈출 장면을 찍은 희귀한 사진이 1953년 6월 8일 잡지 <LIFE>지 금주의 사진으로 수록되었던 바 있다. 최종 계급은 대령. 그리고 1979년에 버즈로 이름을 바꾸었다.

1963년 MIT에서 궤도상 랑데부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NASA 우주비행사로 뽑혔다. 당시 올드린이 쓴 궤도역학 논문이 이후 궤도상 랑데부 연구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우주비행사로서의 업적 외에도 그가 우주개발사에 남긴 영향은 어마무시한 수준. 그리고 제미니 9호의 백업 승무원이 되었으며, 후에 제미니 12호에서 제미니와 아지나 타겟의 마지막 도킹과 3회의 EVA(당시 기준으로 최장시간 기록)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제미니 계획의 목표였던 궤도상에서의 자유로운 미션 수행 연습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1969년에는 닐 암스트롱과 마이클 콜린스와 같이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달 착륙선 조종사가 되었다. 닐 암스트롱 다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뎠고, 그 후 우주 공학자가 되어 여러 우주 탐사 계획을 세웠다.

올드린의 주요 연구 성과 중 하나인 Mars Cycler에 대한 소개.

적절한 스윙바이를 이용해 적절한 지구-화성 왕복이 가능한 적절한 우주선 궤도를 제시한 Mars Cycler 등의 여러 업적을 남겼는데, 이런 학문 연구 덕에 궤도역학 관련 공부를 하다보면 한번쯤 이름을 듣게 된다. 머리가 달아오르다가 Buzz Aldrin이라는 이름에 크게 반가워하는 우주덕들이 은근히 있다나... 덕분에 NA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가 세간에 오르내릴 때마다 언론을 타기도 했고 NASA의 연구원들 역시 심심찮게 올드린에게 자문을 구한다고.


2015년 2월에는 미국 상원 과학기술위 청문회에 출석하여 우주개발 분야에서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도 적극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열변을 토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미-러 갈등이 우주개발 분야에까지 번지는 현상에 굉장한 걱정을 표하였는데, 톈궁과 ISS라는 크고 아름다운 프로젝트 간에는 교류가 절실하다고 역설하였다.


콩라인?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있지만 미국 외의 국가에서는 그냥 암스트롱이랑 달에 같이 간 사람 정도의 인식만 있고 묻혀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는 모 대기업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라는 광고를 할 때 그 예를 든 잊혀진 2등 중 하나가 바로 버즈 올드린이었다. 하지만 이 분은 경쟁에서 밀려 2등이 됐다고는 할 수 없는 만큼 다소 빗나간 예시일 듯하다.

물론 우주덕들은 버즈 올드린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사실 올드린의 자국인 미국에서는 그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우주덕이 아닌 대부분의 일반인들도 잘 알고 친숙하게 여긴다. 대표적으로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 "버즈"의 경우 우주비행사란 점에서 대놓고 올드린을 노리고 지은 이름인데, 이 캐릭터를 보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올드린을 떠올렸다. 전설적인 아폴로 11호의 일원인데다가 밑에도 나오지만 귀환 이후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 착륙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랑스런 자국의 역사이니만큼 미국의 교과서와 대부분의 어린이 대상으로 한 과학 관련 책들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다루며, 암스트롱만큼은 아니지만 올드린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을 한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외 국가에서 묻히는 이유는 교과서나 아동용 교양도서에서는 달 착륙에 대해 1.소련과의 우주경쟁 2. 최초의 착륙자는 닐 암스트롱 3.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정도로만 다루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와서는 올드린이 "트랜스포머 3" 등 영화나 방송에 자주 출연한 덕에 미국 외 국가에서도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오히려 진짜로 묻히는 인물은 아예 착륙조차 못했고 이름도 평범한 마이클 콜린스이다. 셋 다 교과서에서 다루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착륙했던 두 사람에 비해 사령선에만 틀어박혔던 콜린스는 이미지가 약한데다가, "암스트롱" "버즈"란 다소 특이한 이름에 비해 "마이클 콜린스"는 동명이인도 너무 많고 평범해서...


비록 2등이긴 했어도 실질적으로는 버즈 올드린이 암스트롱보다 훨씬 더 앞장서서 민간인들에게 달과 우주개발에 대해 홍보했다는 평가가 있다. 암스트롱은 달에 다녀온 뒤 엄청난 유명세와 음모론자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대학 교수로 사실상 은둔생활을 한 반면에 올드린은 영화나 방송 출연 저술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영국 언론인이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을 인터뷰한 후에 쓴 책 '문더스트'를 참고해 보시라. 어떻게 보면 역사책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너무 유명해져서 인생이 괴로워진 암스트롱보다 "적당히" 유명해져서 노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살고 있는 올드린이 더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인류 최초로 달에서 성찬식을 했다'는 것은 물론 2등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사실이다. 이 성찬식은 아폴로 8호가 성경을 읽은 후 종교색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여 당시엔 숨겼다가 자신의 저서 '달로부터의 귀환'에 실으면서 비로소 밝혀졌다.


버즈 올드린의 달 사진


흔히 닐 암스트롱의 사진이라고 알려진 아래 사진은 사실 버즈 올드린의 사진이다. (찍은 사람이 닐 암스트롱. 사진 속 우주인의 헬멧 부분에 쬐끄맣게 비쳐 보이는 우주인이 암스트롱이다)


이 발자국 사진도 버즈 올드린의 발자국이다.

바람도 공기도 없고 지각 활동도 없는 달의 특성상, 운석이 떨어진다거나 이후의 다른 사람이 착륙해 훼손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발자국과 관련된 여담으로, 21세기인 현재 인도와 중국이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이걸 유적이라고 주장하는 NASA가 이 발자국이 있는 곳을 출입금지구역으로 정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럼 달이 미국 땅이냐?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는 해외의 비아냥을 듣고 있다. 게다가 UN도 지구 외 다른 별을 특정 나라가 영토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런 주장은 미국 정부가 아닌 NASA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서...

나이가 들었지만 이제 몇 남지 않은 NASA 리즈시절의 원로로서 존경받고 있으며, 과학계와 공학계의 여러 현안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인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으며, NASA가 달에 다시 가겠다는 야망을 크게 떠벌리자 과거의 영광만을 바라보지 말고 또다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화성 유인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화성은 목적지가 아닌 또다른 출발지여야 한다는 간지나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에피소드

- 달에 다녀온 후, 그는 다시 달에 가려고 했으나 미국 정부는 절대로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다시 달 여행을 떠났다가 그가 죽기라도 하면 국가적인 손실이기 때문이다. 유리 가가린 같은 전설적인 우주비행사와 똑같은 이유인데, 올드린 본인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자 알코올 중독과 우울장애로 고생하며 이혼까지 했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 2002년, 아폴로 계획 음모론을 펴던 바트 시브렐은 올드린을 호텔까지 스토킹하며 거짓말로 돈을 번 도둑놈이라고 매도하더니 "달에 간 것이 사실이라면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해 보라"는 등의 망언을 하며 찌질대다가 주먹으로 응징당했다. 올드린은 처음에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너님 관심병이 있으신가?라고 물으며 무시하려 했지만 시브렐이 코앞까지 다가와 겁쟁이, 거짓말쟁이, 도둑놈이라고 욕설을 퍼붓자 결국 참교육을 시전하셨다. 법원에서는 올드린이 정당방위를 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의 버즈라는 이름도 버즈 올드린에게서 따온 것.

- 트랜스포머: 다크 오브 더 문(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외계 생명체인 옵티머스와 오토봇들을 보고 경이로워하는 표정이 압권.

- 매스 이펙트 3의 에필로그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다.

- 우주형제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 포켓몬스터(애니메이션) 213화 '거대 구구의 섬!'편에 나오는 구구 '올드린'의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날지 못하는 거대 구구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보통 구구로, 조종사 헬멧을 쓰고 있다.

- 지구에서 달까지에서는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로 유명한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연기했다.

- 딸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아버지로 유명하다. 그가 달에 갔을 때, 버즈 올드린은 자신의 딸의 이름을 달 표면에 새겼다. 알다시피 우주 공간의 특성 때문에 달 표면에 쓴 글씨는 그 위치에 운석이 떨어지거나 인위적으로 지우지 않는 이상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즉 딸의 이름을 달에 영원히 새긴것이다. 그 딸은 밤 하늘을 올려다 볼 때마다 그곳에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마음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는 것.

- 코난쇼에 따르면 사실 닐 암스트롱보다 먼저 달에 발을 내딛었다고 한다. 그것도 버즈 올드린 본인이 코난쇼에 영상으로 출연해서 고백했다. 달 착륙 직전 닐 암스트롱과 우주복을 바꿔 입었으며 따라서 처음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찍어 준 버즈 올드린의 사진은 실제로는 버즈 올드린이 찍어 준 것이라는 것.......... 사실은 코난 오브라이언과 버즈 올드린이 합작해서 만든 장난이다. 코난쇼의 코너 중 Fan Correction라고 해서 코난과 제작진들이 방송 도중 실수를 하면, 시청자들이 이를 지적해 준 뒤 이를 코난이 이 실수를 아주 개그스럽게 쉴드(?)치는 코너가 있다. 버즈 올드린의 장난질도, 코난이 실수로 달 표면의 버즈 올드린의 사진을 닐 암스트롱의 사진이라고 말해서 이를 지적받자 버즈 올드린과 코난이 함께 이 개드립을 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