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SPL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의 앞치마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 기계에 빨려 들어가 상반신이 끼여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A씨가 끼인 기계는 덮개를 열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률대리인을 통한 유족의 말에 따르면, A씨의 상반신이 교반기에 짓눌려 시신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 직후 교반기에 낀 A씨를 처음 꺼낸 것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4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함께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직접 수습한 노동자들 외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한 이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다음날 바로 현장 작업에 투입됐다. 시신을 본 유족들 역시 정신적인 피해가 심하다고 호소했다.
이 공장에선 일주일 전에도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있었는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보건실에 데려간 뒤 '3개월 파견직'이라 알아서 병원을 가라고 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노동자는 택시를 타고 혼자서 병원에 가서 치료하였다.
SPL은 고용노동부가 9대의 소스 혼합기 가운데 인터록이 없는 7대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2대로 소스 배합 작업을 시작했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뒤늦게 나머지 2대 혼합기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도 권고했다.
사고 이후 SPC그룹의 대응 및 조치와 관련해서도 큰 비판이 있었다. SPC그룹은 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 없이, 사고 발생 다음날인 16일부터 휴일인 17일 일요일까지 파리바게트의 9번째 해외진출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허진수 글로벌 총괄사업 사장이 나서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대하여 SPC가 그룹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사고 관련 기사들을 "밀어내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SPC그룹의 사고 대응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이에 결국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유가족들에게 사과하였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작업환경 개선과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다.
한편 노조 측에서는 이번 사고가 SPL 사측이 안전 매뉴얼을 무시하고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여 발생했다고 언급하며, 사고 이전의 상황과 사고 이후 회사의 대응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공장 근무 매뉴얼은 해당 작업을 실시할 때 2인 1조로 하게 돼 있으나 사고 당시 동료 직원 1명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2인 1조로 근무하게 규정해 놨지만, 기계를 만지는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은 재료를 나르거나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원래부터 많았다"며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다면 기계 앞을 2명이 지킬 수 있게 3인 1조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공장의 노동자들은 말했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도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그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3인 1조로 해야 했던 것인데, 회사는 비용 탓에 그러지 않았다. 하루 목표 배합량이 40개라고 한다면 무조건 채워야 했다, 관리자들은 빠르게 작업하라고 독촉했고, 노동자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10월 16일 화섬식품노조SPL지회에 따르면 사망 사고가 있었던 작업장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또 다시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바빴다고 한다.사고를 목격한 직원들도 쉬는 일 없이 출근시켰다고 한다.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으며 SPC그룹 관련 업체들을 불매하겠다는 의견도 확산되었다.
이러한 점이 밝혀지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SPC 측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고현장 주변 근무 노동자들에게까지 일주일 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 추가적으로 심리 치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를 직접 수습한 노동자들은 곧바로 업무에서 배제하여 출근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현장에서 "인원을 충원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와 같이 비용 문제 때문에 현장 인력을 줄인 게 아니라 마치 현장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결국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SPC그룹은 이제라도 그룹사들의 노동환경, 노동안전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처럼 SPC그룹사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문제를 해결했다'는 언론 플레이만 지속해서는 계속 발생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공장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발생한 사고 재해자는 37명이고, 이 중 15명이 끼임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런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안전장치 설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SPC 측은 현행법상 안전장치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
어처구니 없는 회사의 대처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려놓은 채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장 사진까지 공개돼 공분이 일었다.
입관식을 마친 날 저녁, SPC 측 관계자들은 빈소에서 합의금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보상 및 유족 측에서 형사 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한 것. 그러나 어머니는 합의금을 받으면 딸의 진실을 알 수 없어질 것 같아 거절했으며 다음날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결심했다고. 또한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온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으며 사과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국감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SPC 측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했다.
SPL 공장에서 일했던 후기가 게시되고 있는데,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라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이전부터 SPC 및 계열사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는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오죽하면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이 SPC에 대한 규탄성명을 내고 파리바게뜨 파리 생미셸점 앞에서 집회를 열 정도였다. 결국 CGT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차 집회를 열었다.
사람 한 명이 작업 중 사망했음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몇 시간만에 작업을 재개하는 모습은 어느 의미로는 청주 지게차 사망사고를 떠오르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당일 밤에 작업을 재개했고 당일 생산분 4만 개가 전부 유통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비유적 의미로 쓰인 '피 묻은 빵'이 어떻게 보면 사실이었던 셈이었다.
SPC그룹이 A씨의 장례식에 답례품으로 보낸 빵 중에는 단팥빵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단팥빵 자체가 장례 지원품목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에선 팥이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어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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