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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맛은 사실 지방맛이다.

지방맛은 인간의 혀로 느낄 수 있는 맛 중 하나로 기름맛이라고도 한다. 호주 디킨(Deakin) 대학과 워싱턴 대학교 연구진이 발견했다. CD36이라는 수용체에 지방산이 반응해서 나는 맛으로, 흔히 느끼하다고 말하는 그거다. 



산패한 지방과 같은 불쾌한 맛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맛보거나 음식에서 느껴지는 정도가 심할 경우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맛이라는 것. 뭔 느낌인 지 모르겠으면 젓가락 하나를 식용유에 담갔다가 뺀 걸 핥아보자. 미량의 지방맛은 감칠맛 등과 결합해서 고소한 맛, 진한 맛을 내기도 하며 일단 풍미부터가 확 달라진다. 그냥 살코기보다 비계가 낀 고기가 더 맛있는 것도 이 때문. 고기 등급을 매길 때 왜 마블링을 보며, 삼겹살이 왜 인기가 많겠는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탈지분유, 저지방 유제품 등을 먹을 경우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 지방맛 때문이다. 지방맛을 내는 성분을 빼 버렸기 때문에 지방맛 또한 없어졌기 때문. 대회가 다가와서 진짜 지방이 없는 걸 먹어야 되는 시즌이 가까워진 보디빌더들은 간도 안 된 닭가슴살을 먹어대며 거기서 골판지 씹는 맛을 느낀다고...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도 극단적일경우 보디빌더 식으로 먹거나 후추나 월계수 잎으로 향만 낸다.

감각이라는 게 그렇듯 개인차가 있으며, 이게 둔한 사람은 살찌기 쉽다고 한다. 기름이나 버터를 날로 먹고도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고소하다고 하는 사람도 실제로 존재한다.

물론 감각의 개인차만큼이나 취향의 개인차도 있어서 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채소 요리나 채소류를 같이 먹는 요리를 선호하지 않게 된다.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지방맛을 죽여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 야채조차 기름에 볶거나 샐러드 드레싱 범벅을 만드는 등 지방맛을 나게 해서 먹는다. 

단맛, 짠맛 등에 대한 취향이 유전적인 본능인 반면 지방맛에 대한 선호는 후천적으로 습득된다고 한다. 즉 어린 시절 성장환경과 가정교육, 또는 성인이 된 후에도 환경이나 의도적인 훈련에 의해 지방맛을 좋아하게 되거나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물실험에서 지방을 계속 섭취하면 CD36 수용체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지방을 더 섭취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