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쌀이나 밥을 볶아 만든 음식.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에서 지은 밥을 상온에 방치해두면 쉽게 상하거나 쉬어버리지만, 일단 한번 기름 등을 이용해 볶아내서 보존성을 올린 음식이다. 먹다 남은 찬밥을 처리하기에도 굉장히 좋은 요리법. 상하는 것에서 면역은 얻지만 대장균 수 자체는 급격히 늘어난다.
쌀을 이용한 요리 중에서는 서구권에서 제일 인기가 많고 꾸준히 팔리는 음식 중 하나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어지간한 동양 음식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볶음밥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으며, 테이크 아웃도 가능해서 대표적인 동양식 길거리 음식 취급받기도 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는 당연한 발상이란 듯이 있으며 주식으로 하지 않는 나라도 쌀을 접하는 가장 첫 방법으로 쉽게 먹히다 보니 사실상 전세계에 바리에이션이 분포하고 있다. 흔히 볶음밥 하면 떠올리기 쉬운 동아시아권이나 동남아시아권 뿐만 아니라, 아랍권, 서아프리카권, 심지어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도 고유한 볶음밥 문화가 발달했다. 따라서 본 항목은 각국의 스타일 별로 구분했다.
중국 요리 차오판(炒飯)
주방에서 남은 찬밥을 볶아 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밥과 계란이 기본이 되며 들어가는 재료는 조리자의 취향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계란을 풀어서 밥을 볶는 작업을 흔히 "금으로 은을 싼다" 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뭉치거나 떡지지 않고 고슬고슬하게 볶는 것이 포인트.
다양한 맛을 창조해낼 수 있고 간단하면서도 빠른 조리시간에 회전율도 빠르기 때문에 중화 요리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어느 음식보다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짜장면과 짬뽕의 절륜함 탓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짜장밥과 함께 중국집의 구색 갖추기 메뉴였으나 통합되어 볶음밥을 시키면 시키지도 않은 짜장 소스가 얹어져 나온다.
재료에 따라서 그 구분은 달걀 볶음밥인 단화차오판(蛋花炒飯 황금 볶음밥), 돼지고기 볶음밥인 주러우차오판(猪肉炒飯), 완두 볶음밥인 칭더우차오판(靑豆炒飯), 3가지 재료를 쓴 볶음밥인 싼셴차오판(三仙炒飯 삼선볶음밥), 10가지 재료를 쓴 볶음밥인 서징차오판(什景炒飯), 전복 볶음밥인 바오위차오판(鮑魚炒飯) 등으로 불린다. 지역명으로 유명한 것은 강소성의 양저우 차오판(양주 볶음밥). 계란과 간단한 야채(파나 완두콩 등)만을 사용하여 만들며 중국식 볶음밥의 기본이 되었다. 이 양저우 차오판은 세계 어느 중국식당을 가도 있다고 할 정도이며 그래서 한국음식을 해외에서 먹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90년대 초중반에는 해외출장을 나간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차이나타운에서 이 양주 볶음밥을 시켜 고추장과 비벼먹는 것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중화요리는 얼마나 불을 잘 다루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져 불과의 싸움이라고 하기도 하기 때문에 뛰어난 중화 요리사는 강한 화력으로 순간적으로 볶아내는 것을 최고로 삼는다. 이렇게 하면 강한 화력에 기름이 불타올라 밥이 담백하고 꼬들꼬들하게 맛있어진다. 중국에서는 얼마나 볶음밥을 잘 만드는가를 요리사 실력을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삼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화교들 사이에서는 볶음밥을 못 만드는 요리사에게는 돈을 안 빌려줬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있다.
이러한 꼬들꼬들한 식감을 내기 위해 베이스가 되는 밥은 찰기가 있는 것을 쓰지 않고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끈기가 없는 쌀이라야 기름에 볶았을 때 밥알이 한 알 한 알 떨어져 볶음밥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보통 쌀로 밥을 지을 때는 고슬고슬하게 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볶음밥을 하는 요령은 라드로 볶는 것이 가장 맛이 있으며 화력이 강한 불에 큰 볶음 냄비를 달구어 연기가 날 때 볶아야 하는데 익기 어려운 재료는 한 번 삶아서 사용하고 모든 재료는 같은 모양으로 썬다. 간은 주로 소금으로 하고 간장을 사용할 때는 냄비 가장자리에 둘러 향미를 살린다. 끈기가 없는 쌀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이 없어 찬밥을 이용할 때는 더워지면 덩어리가 자연히 풀리게 되므로 너무 저어서 끈기가 생기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혹은 5분도미나 7분도미를 사용하면 끈기가 덜해서 좋다. 집에서 강한 화력을 사용하고 싶으면 소형 LPG 가스통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휴대용 버너를 사용하면 된다.
참고로 집에서 밥을 볶을 때 찬밥, 더운밥 어떻게든 볶아도 자꾸 밥이 떡지는 것은 이미 처음 지어질때부터 진밥이거나 찹쌀이 많이 들어간 밥이니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볶음밥을 만들기 힘들다. 굳이 볶음밥을 만들고 싶다면 황금 볶음밥의 레시피를 보고 해보자. 이쪽은 계란이 밥에 스며들면서 밥이 뭉치는 것을 거의 해결해준다.
가정용 요리법
중국집에서 파는 볶음밥 같은 맛의 볶음밥을 만들고 싶으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해보자.
1) 밥은 가능하면 찬밥으로 해야 좋다. 그래야 밥이 뭉치지 않고 한알씩 잘 볶아진다.
2) 기름을 풍부하게 하고 팬이 달궈 졌을 때 밥 먼저 볶는다.
3) 본래는 제대로 볶으려면 중국 후라이펜인 '웍' 과 전통 화로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기름 넉넉히 붓고 중불로 밥 볶다가 마요네즈를 넣는다. 밥은 한알한알 기름 코팅을 시킨다는 생각으로 해야한다.
4) 밥을 제외한 재료(채소)는 가능하면 잘게 썰어줘야 잘 볶아진다.
5) 밥이 제대로 볶아졌다면 계란을 그대로 밥위에 풀어 넣고 뒤집개나 주걱으로 밥과 함께 볶아주면 계란이 바닥에 눌러붙지 않고 밥과 함께 볶아져 스크램블 에그 형태가 된다.
6) 밥알이 적당히 튀겨졌을때 바로 낸다. 간은 소금으로 맞추는게 기본이다.
#좀 더 간단하고 정석에 가까운 중국식 계란볶음밥
◆준비물 더운밥, 잘게썬 파, 계란, 소금, 후추 또는 취향에따라 간장
1) 밥은 꼭 찬밥이 아닌 더운밥으로 해야 밥알이 뭉치지않고 한알한알 코팅이된다
2) 후라이팬을 충분히 달구어서 소금간을해서 풀어놓은 계란을 빠르게 볶아 따로 담아둔다
3) 후라이팬을 충분히 달군 후 기름을 넉넉하게 넣은 후 밥을 볶는다
4) 밥이 충분히 볶아졌으면 볶아놓은 계란을 넣고 간을 한다
5) 볶음밥이 거의 완성되었다면 잘개 썬 파를 넣고 30초 정도 볶아준 후 맛있게 식사한다
볶는 과정에서 굴소스를 넣어보자. 맛이 확 살아난다. 더 근접한 맛을 내고 싶으면 진하게 졸인 육수를 재료와 함께 볶다가 간장으로 간하고 밥을 넣으면 좋다. 사실 중국 팬에 중국집에서 쓰는 강한 화력만 있으면 계란과 파만 넣고 간장으로 간해도 훌륭한 볶음밥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걸 집에 갖춰놓고 먹는 사람은 없을 테니...
※좀더 중국집 볶음밥 같은 향을 내려면 기름에 먼저 다진 마늘, 생강 그리고 파를 넣고 살짝 볶아주면 된다.
'중국집 주방장 실력을 알려면 볶음밥을 주문하라' 는 말이 있다. 이는 볶음밥을 맛있게 만드는 능력과 주방 설비가 있다면 나머지 메뉴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가정집 불은 불이 약해 양파를 넣으면 하수라 한다. 물론 중국집 같은 곳은 화력이 강하니 경우가 다르다. 건강을 위해서 넣는건 상관없겠지만. 여담으로 가정집에서 양파를 넣고도 볶고 싶다면 볶음밥 막바지에 보조용 프라이팬에 양파를 넣어 튀기듯이 재빠르게 볶은 뒤 합쳐주는게 좋다.
볶음밥 실력이 좋지 못하면서 짜장으로 그 실력을 감추기 위해 볶음밥에 짜장을 같이 주는 중국집이 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많은 중국집이 짜장과 볶음밥을 같이 주다 보니 볶음밥 실력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짜장을 같이 주는 중국집도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 집 볶음밥 자신 있다고 짜장을 안 내주는 순간 손님으로부터 "왜 다른 집은 짜장 주던데 이 집은 안 주나요?" 라는 불만을 들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짜장 같이 준다고 그 중국집 오해하지는 말자.
또한 짬뽕 국물을 같이 주는 경우, 중국집에서 국물을 하루종일 불에 올려놓고 주문 들어오면 삶은 면을 그 끓인 국물에 말아서 만드는 인스턴트 공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볶음밥에 쓰기 쉬운 짬뽕 국물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게에서 짬뽕 국물 대신에 계란탕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는 짬뽕도 즉석에서 해준다의 뜻일 확률이 높다' 는 식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 평가법도 오류가 많다. 중국집에서 짬뽕 국물을 주느냐 계란탕을 주느냐는 '손님들의 선호도', '요리사의 특기분야' 등으로 결정나는 것이다. 손님들이 계란탕보다 짬뽕 국물을 받았을 때 반응이 더 좋아서짬뽕 국물을 주는 중국집도 많고 요리사가 짬뽕 국물을 맛있게 만들기 때문에 계란탕보다는 짬뽕 국물을 주는 중국집도 많다. 따라서 계란탕 준다고 좋아하지도 말고 짬뽕 국물 준다고 오해하지도 말자. 오히려 짬뽕 국물에 자신 없어서 계란탕 주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한국 볶음밥
한국 요리의 볶음밥은 "비빔밥"에서 발전된 형태로 존재하며 "볶음" 보다도 "혼합" 개념이 두드러진다. 찬밥을 따뜻하게 먹으려는 의도에서 발전되었다고 하며, 각종 볶음요리를 먹고 남은 소스와 건더기에 밥을 넣어 볶아 먹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쪽은 볶기 위해 재료를 준비한다기보단 단지 조리 과정에 볶는 게 들어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김치를 베이스로 쓴 김치볶음밥.
근래 들어서 볶음 혹은 전골류의 요리를 하는 음식점에서는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주는 일이 많다. 이 역시 볶음밥의 일종이며 여기에 김가루나 김치, 날달걀 같은 걸 같이 넣어주는 곳도 있다. 외국인 중에 이걸 두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념이 배어 눌은 밥맛은 포기하기 힘들다.
냉장고에 있는 기타 잡다한 것들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고 빠른 시간에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자취생들에게 사랑받는 요리이기도 하다. 정 넣을 만한 재료가 없다면 양파와 소세지, 베이컨 등의 가공 육류, 계란만 넣어도 괜찮다. 정말 간단하게는 김치를 송송 썰어 계란과 함께 볶는 방법도 있다. 일단 준비물 겸 비상식량으로 달걀, 간장, 버터 혹은 식용유 정도는 상비해 두자. 식용유가 아니라 버터라면 계란이나 간장 중 하나만 넣고 볶아 먹어도 한 끼는 떼울 수 있다. 가난한 자취생에겐 저 세 가지만 들어가도 훌륭한 볶음밥이 된다고 카더라.
김치를 넣지 않은 식용유와 케찹, 달걀만으로 만들 수 있는 케찹 볶음밥도 있다. 나폴리탄 저리가라 할 정도의 맛이 나오니 꼭 시도해 보길. 케찹을 너무 많이 넣어 질척하게 하지 말고 밥알은 약간 붉어지고 케찹맛이 약간 나올락 말락 할 때 계란을 넣어 같이 볶으면 그 맛이 꽤 괜찮다. 포인트는 케찹으로 간을 하는게 아니라는 거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된다.
냉동 볶음밥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여러 대형 업체에서 내놓은 볶음밥을 마트나 편의점 등지에서 사 먹을 수 있다. 보통 전자렌지에 돌려 먹지만 프라이팬에 볶아 먹으면 맛이 더 좋다. 1인분씩 포장된 것은 자취생이나 1인 가구의 구세주라고... 또한 식당용으로 대량포장된 물건도 있으며 김밥천국등 같은 곳이나 여러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은 냉동 볶음밥을 데워서 내놓는 경우가 많다. 최악인 상황은 볶음밥을 시켰는데 진밥이 나올 경우. 이런 경우는 그냥 전자렌지에 봉지째 넣고 돌려서 준거다.
전투식량/한국군의 경우 2형에서 김치볶음밥 등의 볶음밥이 있다. 건조된 찐쌀에 스프를 뿌려 먹는 형태.
일본 요리 야키메시(焼飯), 차항
야키메시는 이타메고항(炒めご飯), 이리메시(煎り飯)라고도 불리며 대략 볶음밥보다는 필라프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지역 특산물 중 나물이나 절임 등을 넣고 볶은 쌀에 물을 가만히 부어 지어내거나 반대로 볶은 재료에 밥을 넣어 반은 찌듯이 볶아 만든다. 철판볶음밥(텟판메시 鉄板飯)도 이쪽 계열의 일종이다.
차항은 중국의 차오판을 일본식으로 부른 것이다. 그런데 중화일미 한국어판에선 가타카나 발음을 그대로 써먹어버렸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의 나시고렝(Nasi Goreng)
타마린드와 케찹 마니스(Kecap Manis)를 기초로 하여 삼발 소스를 더 넣어 볶아 만드는데 약간 달콤한 맛부터 무진장 매운맛까지 다양하다. 어째선지 먹을 때 반숙으로 익힌 계란후라이와 새우칩이 빠지지 않는다. 원래는 밥이 쉬어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보존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기후 특성상 미리 음식을 한 상 차려놓고 먹는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개그맨 김태균이 인도네시아 발리 섬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그때 내내 나시고렝만 먹었다고 한다. 나시고렝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처음보는 요리에 도전할 용기가 안나서. 나중에는 가게에 들어오면 종업원이 "어? 나시고렝?"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태국과 베트남의 카오팟(Khao Pat), 껌 랑(Cơm Rang)
태국에는 카오팟(Khao Pat)이라 하며 고기와 달걀을 넣고 남쁠라(피시소스)와 간장으로 간을 한 볶음밥이 있다. 바리에이션이 많지만 관광객들에게 특히 유명한 것은 파인애플 볶음밥인 카오팟 쌉빠롯이 있다. 물론 현지인들은 파인애플보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 새우를 넣은 카오팟 무, 카오팟 까이, 카오팟 꿍을 더 좋아한다.
베트남에서는 껌 랑(Cơm Rang)이라고 하는데 태국 것과 매우 유사하다. 채소가 좀 더 들어가는 것이 차이점.
인도 공화국의 비르야니(Biryani)
주로 남인도에서 먹는다. 쿠민, 캐러웨이, 칼더먼, 육두구, 메이스, 고추, 강황, 정향, 후추 등을 조합한 특제 마살라를 넣고 볶아 만든 야채에 밥을 마무리로 넣어 볶아 만든다. 향신료부터 기름에 볶아 향을 내고 야채도 기름에 볶고 밥도 기름에 볶아 뒤섞기 때문에 의외로 기름진 편. 생선 등 다양한 재료를 쓸 수 있긴 하지만 고기가 쓰인다면 보통 양고기나 닭고기를 넣는다. 고기만 발라주기도 하지만 고기를 뼈채 잘라서 큰 조각 몇 개를 넣어주는 경우가 더 많다. 간을 맞추기 위해 취향에 따라 땅콩이나(Mirchi ka salan) 요구르트로 만든 소스(Raita)를 섞기도 한다. 식당에서는 매우 커다란 통에 비르야니를 한가득 넣어 데워놓고 있다가 주문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덜어 주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싸구려 식당에 가면 길가에 놓인 큰 통에 색깔있는 밥이 한가득 담겨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르야니다.
인도에선 텔랑가나 주의 주도인 하이데라바드의 비르야니를 최고로 쳐주는 듯하다. 인도 어느 지역서든 큰 식당에 가면 그 지역 비리야니하고 하이데라바드 비리야니가 같이 메뉴에 있을 정도.
중앙아시아의 쁠로프(плов;plov)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위구르, 투르크메니스탄 등지에서 먹는 볶음밥 요리. 오쉬(Osh)라고도 한다. 명칭은 지역마다 다소 다르지만(일례로 위구르에서는 폴로라고 한다) 한국에선 아무래도 고려인의 존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인 요소와 식생활 배경 그리고 입맛 덕에 우즈벡 스타일이 그나마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양고기가 많이 들어간다. 우즈벡 고려인들의 표현 말마따나 기름밥 그 자체이다. 조리법부터가 기름을 한 바가지 넣고 고기를 넣어 튀기듯 만들다보니 기름에 민감한 사람들을 제대로 정신줄 놓게 만든다. 야채라고 해도 당근과 마늘 정도가 전부인 실정. 그러나 이상하게 현지에서 먹는 쁠롭은 짭짤해서 먹을 만 하다고는 한다. 실상 볶음밥이라기보다는 기름에 찐 밥에 가깝다. 그런데 사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주식은 '논' 또는 '리뾰쉬까' 등으로 불리는 빵 쪽이고 쁠롭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밥' 개념보다는 메인 요리에 좀 더 가까운 이미지이다.
그니까 결과적으로는 고기, 야채, 밥을 섞어서 기름에 넣는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이미지를 찾아봤을 때 '이게 볶음밥이라고?'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서울 동대문, 부산 부산역앞 길 건너에 우즈벡 식당이 모여있고 거기서 먹어볼 수 있다. 사마르칸트라는 이름의 음식점이 유명하다. 대구에도 교보문고 건너 동성로로 들어가면 하나 있다. 일부 음식점은 사마리칸트라고 검색된다.
아랍, 페르시아권의 볶음밥
이란에선 쉬린 폴로(shirin polo)라는 볶음밥 요리가 있는데 이쪽은 설탕과 오렌지즙, 각종 견과류와 향신료를 함께 넣어서 달콤한 맛이 난다. 결혼식 때 특식으로 먹는 음식인데 오렌지향과 생강 비스무리한 향이 매우 강하게 난다.
터키의 필라으(Pilav)
빵(에크멕)에 못지 않게 밥(필라으)을 잘 먹는 터키에선 소금과 버터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터키 쌀이 한국 사람들이 먹는 쌀과 비슷한데도 잘 지은 필라으는 버터가 충분히 녹아있기 때문에 쌀알이 한데 들러붙지 않는다. 옛날에는 신랑의 어머니가 신붓감을 알아볼 때 필라으를 짓게 해서 밥을 한 숟가락 뜬 다음 벽에다 붙여보았다고 한다. 밥알이 벽에 붙으면 알짤없이 불합격.
오스만 시절에는 이 필라으를 주식으로 먹었지만 오늘날 터키인들에게 있어 필라으는 케밥과 같은 고기와 함께 먹는 부식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고기 요리가 나오면 밥상에 밥과 빵이 함께 올라오는, 한국인관점에서 봤을 때 심히 엽기적인 상황이 오게 된다. 길거리 케밥 노점상에서 이 필라으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스탄불 기준으로 케밥 한 접시와 필라으 한 그릇하면 6~10리라 정도면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그리고 가지안텝이나 앙카라 같은 내륙 도시로 들어가면 더 싸서 5리라 정도로도 먹을 수 있다. 쌀, 버터, 소금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볶음밥(Sade pilav)을 기본으로 병아리콩(영어로는 chickpea, 터키어로는 nohut)을 넣은 볶음밥(Nohutlu pilav)이 주류이다. 고기나 야채, 토마토 등으로 범벅을 한 필라으는 특식으로 먹으며 주로 잔칫집에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리조또(Risotto)
서양 요리로 취급되는 리조또. 리조또의 기원은 배에서 오랜 항해를 하는 동안 먹다 남은 것을 몽땅 썰어넣고 볶은 것에서 유래한다 카더라. 파스타와 동급의 프리모 피아토로 취급되며 점심에는 한 끼 식사용으로도 이용된다. 다만 맛은 볶음밥보단 진밥에 가깝다.
여담이나 기묘한 요리의 나라 프랑스에는 연인 사이인 사람이 먹는 딸기 버터 필라프도 있는 듯. 국내 방송에 방영되기도 하였다.
스페인 파에야(Paella)
스페인을 비롯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먹는 쌀 요리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정확한 명칭은 파에야이다. 빠에야라고 하는 곳도 있으며 한국에 있는 스페인 사람 중에서도 빠에야라고 쓰는 사람도 많다.
리조또처럼 조리되지 않은 쌀을 바닥이 우묵한 프라이팬에 넣고 물과 버터, 혹은 올리브유 그리고 사프란이라는 고가의 향신료를 붓고 끓이다가 쌀이 익어서 물이 졸아붙으면 여기에 재료를 추가해서 함께 볶는 요리 방법이다.
서아프리카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
과거 세네갈과 감비아 지역에 있었던 왕국인 졸로프(Djolof)의 명칭에서 따온 음식으로 서아프리카 권역 대부분에서 만들어 먹는다. 다만 서아프리카의 사정상 쌀 자체가 저렴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특식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태원에 숨어있는 아프리카 음식점에서 먹어볼 수 있다.
졸로프 라이스 만드는 법
간단한 가정용 버전 요리법 (3-4인분)
재료:
로마 토마토 중간사이즈 5개, 빨강 피망 1개, 하바네로 고추 2개, 양파1개, 토마토 (농축) 페이스트 3스푼, 파보일드 라이스 쌀 3컵, 치킨 브로스 2.5컵, 코셔 소금 2스푼, 커리가루 0.5스푼, 백리향(Thyme) 0.5스푼, 설탕 1스푼, 치킨 큐브 농축(Boullon chicken cube) 1개, 월계수 잎(Bay leaves) 3장
만드는법:
1. 블렌더(믹서)에 로마 토마토 5개, 빨강피망1개, 하바네로 2개를 대충 썰어서 갈아버린다 (피망과 하바네로 씨앗은 반드시 제거하자)
2. 양파 1개를 대충 썬다
3. 계량컵에 치킨브로스 2.5컵, 커리 반스푼, Thyme 반스푼, 코셔소금 2스푼, 설탕 1스푼, 치킨큐브 1개 를 담아둔다
4. 큰 그릇에 따로 Parboiled Rice 3컵 (쌀컵)을 담아둔다
5. 큰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양파가 갈색이 되도록 한다 (캬라멜라이즈 한다는 느낌) 불을 Medium High로 유지한다. 계속 젓는다
6. 토마토 페이스트를 3스푼 붓고 1-3분동안 계속 젓는다
7. 믹서에 갈아놓았던 토마토 고추 믹스를 붓고 15-30분정도 졸인다 (1/4정도 남길것!!!!) 대충 토마토 소스가 물기가 없어지면서 절반정도로 꽤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그동안 계속 젓는다
8. 계량컵을 냄비에 부어버리고 불을 Medium으로 줄인다. 끓기 시작할때까지 냄비뚜껑을 덮는다
9. Parboiled Rice를 냄비에 붓고 저어서 펴준다. 쌀이 토마토스튜보다 높으면 물을 부어서 높이를 맞춘 다. Bay Leaves 3개를 맨 위에 올리고 뚜껑을 덮고 불을 Medium Low로 줄이고 대충 10-15분? 물기 가 거의 없어질때까지 졸인다
10. 물기가 거의 없어질때쯤 저어준다음 1/4 남았던 믹서기 토마토 믹스를 마저 다 몽땅 붓는다. 또 저어서 골고루 섞어준다.
11. 물기가 완전히 다 없어질때까지 저어준다. 맛을 살짝 보고 쌀이 딱딱하다 싶으면 물기가 없어도 그냥 계속 저으면서 익을때까지 추가로 젓는다. 완성!!!
글로 보면 복잡해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간단한게, 양파를 볶다가 재료들을 시간차로 붓고 (토마토페이슽) - 붓고 (믹서에 간것 3/4) - 또 붓고 (치킨브로스에 간 이것저것 해놓은것 통째로) - 또 붓고(파보일드 라이스) - 또 부어서(믹서 나머지 1/4) 5단계로 시간차로 부어가며 계속 저으면서 졸이는게 끝이다.
하바네로 2개가 믹서에 들어가서 지옥을 맛보는 매운맛을 볼것 같지만, 막상 다 해놓으면 졸이는 과정에서 매운맛이 상당히 많이 날아가면서 완성품에는 오묘한 매콤한맛만 남게 된다. 뭔가 비빔밥이 생각나는 것도 같으면서도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추장 특유의 전분의 느낌이 전혀 없어서, 중독적인 매콤한 맛이 나면서도 굉장히 꼬들꼬들하고 담백한 맛이다.
조리시 몇가지 팁:
1. 믹서기 갈아놓은게 뚜껑열다가 얼굴에 튀거나 하지 않도록 하자. 하바네로때문에 지옥을 맛보게 된다.
2. 쌀을 반드시 Parboiled Rice로 쓰는게 키 포인트라고 한다. 그래야 꼬들꼬들해진다. 파보일드 라이스란 현미를 쪄서 도정하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찐쌀이라고 한다.
3. 조리과정 거의 내내 쉬지않고 계속 저어서 토마토 소스 등이 타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카리브해 크리스티아노스(Cristianos)
쿠바, 도미니카 등의 카리브 해 권역 널리 퍼져있는 빠에야의 분파. 정확한 명칭은 모로스 이 크리스티아노스(Moros y Cristianos). 무어인과 기독교인이라는 의미이다. 강낭콩과 쌀을 거의 반반 섞어 만든다.
미국 루이지애나 잠발라야(Jambalaya)
루이지애나의 대표적인 케이준 요리 중 하나이다. 다양한 재료와 쌀을 넣고 볶다가 삶는 식으로 터키의 필라으나 스페인의 빠에야와 비슷하다. 그 기원은 루이지애나의 스페인 이주민들과 프랑스 이주민들에 의해 미국에 빠에야와 필라으 조리법이 들어와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와 섞여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돼지고기, 셀러리, 양파, 후추, 고추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넣고 볶다가 케이준 스파이스와 후추를 듬뿍 치고 끓여 먹는 요리였다고 하나 이후 한 가지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피망, 셀러리, 토마토, 양파, 마늘, 소시지, 새우, 돼지고기 등이 주로 들어가며 취향에 따라 재료를 더 추가할 수도 있다. 이 재료들을 순서대로 냄비에 넣고 볶다가 케이준 향신료하고 쌀을 넣어서 볶다가 육수를 부어서 익을 때까지 끓인다. 볶음밥보다는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육수를 넣어 지은 냄비밥 같은 형태이다. 주로 장립종 쌀을 사용하여 고슬고슬하게 만들지만 단립종 쌀을 넣어도 크게 이상은 없다는 듯. 사실 밥보다는 죽에 더 가까워서 장립종이든 단립종이든 크게 상관없긴 하다.
사실 쿠쿠밥솥으로도 만들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밥솥에 쌀컵으로 3컵을 넣고 쌀을 씻은다음 물을 버린다. 그 다음 닭 육수 (북미등에서는 Chicken Broth로 파는 재료)를 8oz (약 2컵)를 붓는다. 그리고 시중에서 파는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를 4oz (약 1컵) 붓는다. 그리고 소금 1큰술, 백리향 향신료(Thyme spice) 1스푼, 케이준 스파이스 1스푼을 붓는다. 그 다음 그냥 맹물을 밥솥 "3컵" 라인까지 맞춰서 채워넣는다. 그리고 양파 1개를 잘게잘게 잘 다져서 밥솥에 던져넣고 뚜껑을 닫아 쿠쿠 전원을 켜고 "Mixed"로 세팅한다. 대략 1시간정도면 완성. 이걸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오리지널 잠발라야에 가깝게 먹으려면 이탈리언 소세지와 통새우(조리된것)을 사다가 프라이팬에 따로 튀겨서 밥 다되면 소세지&새우를 얹어먹으면 더욱 맛있다. 국내에서 백리향 가루나 닭육수, 케이준 스파이스 등의 재료를 구하기엔 까다로울수도 있지만 북미 거주자라면 구하기 매우 쉬운 재료들이라 간단하게 만들수 있다. 특히 북미거주 유학생이라면 재료를 구해다가 만들어보자!!
많은 재료를 마구 섞어 만든다는 점에서 미국식 잡탕죽 혹은 꿀꿀이죽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는 파파이스의 케이준 라이스라는 요리가 이것의 간략화 버전 정도 되었으나, 메뉴 개편으로 인해 사라졌다. 그 외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과 코엑스몰에 있는 미국식 가정식 요리 전문점인 샤이바나(ShyBana)에서 먹어볼 수 있다.
일본 SNK사의 대전격투게임 가로우 마크 오브 더 울브스의 주인공 캐릭터 락 하워드의 캐릭터 공식 프로필에 락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나오는데, 이 요리가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요리라 뭔지 모르는 팬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