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걸작 장편 소설이고 1947년 갈리마르(Galimard) 출판사를 통해 발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 북부 해안의 작은 도시 오랑(Oran)에서 갑작스럽게 흑사병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외부와 격리 조치가 취해지면서 오랑 시는 외부와 단절되고 시민들은 고립된다. 그렇게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씩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막장 상황이 1년 동안 지속되면서 드러나게 되는 인간 존재의 실존을 철학적으로 다뤘다.
주인공이자 의사인 베르나르 리외(Bernard Rieux), 그의 협력자인 말단 공무원 조제프 그랑(Joseph Grand), 기득권층 출신의 반항아 장 타루(Jean Tarrou)를 중심으로, 오랑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음에도 결국 떠나지 않고 리외를 돕기로 결심하는 파리에서 온 신문기자 레이몽 랑베르(Raymond Rambert), 흑사병을 타락한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이라고 주장하는 판느루(Paneloux) 신부, 흑사병으로 야기된 혼란한 상황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챙기는 코타르(Cottard) 등이 등장, 모두에게 닥친 결코 피할 수 없는 재난적 운명 앞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재난소설, 재난영화 등 장르의 효시이다.
배경이 알제리의 도시인데, 등장 인물들은 모두 프랑스 출신이고, 아랍인, 베르베르인 등 해당 지역의 선주민들은 등장은커녕 언급되는 부분도 없다. 마치 일본인 작가가 쓴 소설의 작중 배경이 일제강점기 경성 혹은 부산이지만 등장인물은 죄다 일본 거류민들이고 조선인들은 언급되지 않는 것과 같은데 카뮈 연구가로 프랑스에서도 알려진 김화영 고려대 교수도 이 점을 언급했다. 이는 프랑스가 알제리를 단순히 식민지가 아니라 프랑스의 확장된 영토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카뮈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알제리는 프랑스의 한 지역이었고, 카뮈는 그 프랑스의 일개 지역에서 태어난 프랑스 태생의 프랑스 소설가였다. 그러니 카뮈 입장에선 당연히, 배경이 프랑스이니 등장 인물도 프랑스인만 등장시킨 것이다. 첫 장부터 오랑 시는 프랑스의 한 도청 소재지에 불과하다라는 문장이 나오는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러나 페스트 집필 이후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등에서는 알제리는 프랑스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소설 집필 이후 생각에 변화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더불어 92년에 영화로도 나왔으나 묻혔다. 불의 전차,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제작자로 유명한 데이빗 퍼트냄이 제작했는데 카뮈의 후손들은 영화화를 반대하여 엄청 오랫동안 설득해야 했다고. 그냥 평작보단 조금 낫다 수준이지만 묻힌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