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 책자에 한 번씩은 꼭 나오는, 근위병 교대식의 그 사람들. 영국 국왕이 머무는 왕궁 등 주요 시설의 경비와 국가 원수 사열식을 담당하는 영국 육군(British Army) 부대들이다.
육군 기병 2개 연대와 보병 5개 연대, 근위 기마 포병대로 구성된다. 하지만 기병대와 포병대는 워낙에 수가 적어서 존재감은 거의 공기. 가장 수도 많고, 이미지도 많이 알려져 있는 보병 5개 연대가 사실상 영국 육군근위대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근위대라는 부대 편제는 따로 없다. 기병 2개 연대는 근위 기병대(Household Cavalry)에, 보병 5개 연대는 런던 연대와 함께 근위 보병 사단(Foot Guards Division) 아래 편제되어 있다. 단, 여기서 런던 연대는 평소 민간인 생활을 하다가 정기적으로 소집되어 훈련하는, 말하자면 예비군이다. 근위 보병 5개 연대가 이 사단 현역 부대의 전부인 셈.
런던 탑이나 윈저 성 같은 주요 관광지가 영국 왕실 소유인 탓에 영국 여행을 가면 정말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반응을 하지 않게 되어 있다. 물론 근위병이라고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서 근위병을 웃기게 하거나 반응을 보이게 하는 데에 성공하는 영상도 있지만 근위병의 입장에선 참으로 난감하다. 하지 말도록 하자. 종종 이를 악용한 관광객들이 근위병들을 약올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사실 오래 전부터 영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물론 영국인들은 이러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긴 했다. 유명한 경우가 애덤 스미스. 근위병 앞에서 지팡이 들고 같이 행동을 따라했는데 작은 키와 외모 덕에 친구들조차도 그만하라며 원숭이가 사람 따라하는 느낌이라고 말렸음에도 좋아라 오랫동안 따라했다고 한다. 윈저 성 관광을 갈 경우 근위병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 순찰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기 위해 길을 막기라도 하면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의 우렁찬 호령 (여왕 폐하의 근위대가 가는 길을 비켜라! Make Way for Queen's Guards!)을 듣게 될 것이다. 큰 소리에 웬만큼 이골이 난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 이 점에서 덴마크군 근위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덴마크 근위병들도 실탄 장전된 총을 들고 경계를 서지만, 군인이라기보다 경비원 같은 분위기라 관광객이 질문을 하면 받아 주곤 한다.
자꾸 위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근위병을 약올리는 관광객이 늘어가자, 결국 영국 국방부는 근위병들의 근무경로에 관광객의 접근을 제한시키겠다고 밝혔다. 위의 동양인 관광객은 근위병을 흉내내고 약올리면서 어깨에까지 손을 올리려 하다가 근위병이 총을 겨누며 '여왕 폐하의 근위병에게서 물러나라(Get back from the Queen's guard)' 고함치자 놀라 달아났다. 그 후 해당 근위병은 별 표정변화 없이 근무를 이어갔다. 사실 약올리는 것도 문제지만 어깨에 손을 올리는 행위는 자칫 총기 탈취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근위병이 이렇게 위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화려한 예복을 걸치긴 했지만 이들은 엄연히 경계 근무 중인 무장한 현역 군인들이다.
또한, 근위대 중에서도 '왕립 근위대'와 일반 '근위대'로 나뉘는데, '왕립 근위대'는 영국 왕실에서 창설한 부대로, 연대장이 귀족이다. 일반 '근위대'는 그 반대로 올리버 크롬웰이 창설한 '근위 용기병(the Blues and Royals)' 과 '콜드스트림'이다. 이 두 부대의 연대장은 귀족이 아니다.
간혹 근위병이 들고 있는 총이 진짜 총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위대의 임무 자체가 왕궁 등 주요 시설을 경비하는 것이기에 총 자체는 진짜가 맞다. 하지만 실제 근위대에 근무했던 사람이 남기는 질답 형식의 레딧에 따르면 실탄 장전 여부에 대해선 테러 위협 등 정세가 위험할 때만 실탄을 가지고 근무한다고 한다. 사진 보면 알겠지만 대검도 다 장착되어 있다. 다른 나라 의장대들이 M14 같은 길쭉한 구식 소총들을 사용하는 반면, 영국 근위병들이 현대 영국군 제식 소총인 L85를 들고 다니는 게 바로 이런 이유이다.
당연히 전투 임무도 수행한다. 물론 말 타고 의장복 입은 채로 투입되는 건 아니고, 기병들은 기갑부대로, 보병들은 기계화보병이나 경보병으로 전장에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