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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동의 종류와 역사 그리고 한국 우동

일본 요리 우동

<우동의 대표격인 사누키 우동>


소바와 함께 일본의 전통적인 음식. 소바는 관동, 우동은 관서를 대표하는 면요리다. 기원은 중국에서 건너온 면요리 문화에서 유래되었다.

역사

우동(饂飩)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다양한 밀가루 요리를 지칭하는 훈툰(餛飩)이 일본식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 내에서는 당나라에서 일본으로 우동이 전래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증거는 희박하다. 

다만 20세기 이후부터 등장해서 60년대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국민 음식이 된 라멘이나 교자(만두) 등과는 달리 과거부터 먹어오던 음식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우동이 널리 퍼진 것은 역시 60년대부터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전에는 중국을 제외한 동북아에서 밀 자체가 아주 귀한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고.

표기법과 가락국수와의 관계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우돈'이 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5항에는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라는 규정이 있고, 국립국어원에서도 우돈이 아니라 우동을 맞는 표기로 인정하기는 한다. 

가락국수로 순화하는 쪽을 더 권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만 가락국수는 단순히 우동의 순화어라기보다는, 국물을 내는 방식 등이 일본의 우동과는 달라져서 한국화된 음식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아무도 가락국수라 쓰는 사람이 없어서 순화어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하지만...

간토와 간사이

<간사이(關西)식 가장 심플한 맑은 국물>




<간토식 진한 국물의 키츠네>


관동과 관서 지방의 우동은 각자 특색이 있다. 보통 관서는 맑은 국물, 관동은 진한 국물 색을 보여주며, 이는 일본의 지역드립 소재 중 하나. 

특히 관서 사람들은 관동의 우동을 폄훼하기 일쑤다. 관동의 우동을 보고 '거무튀튀해서 재수 없다' 혹은 '간장을 때려넣는 바람에 우동의 다시국물의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라고 하는 식이다. 이는 관서가 우동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관서지방 사람들은 '짠돌이' 라는 이미지가 있고 또 그것이 대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짠돌이 관서 사람들이 일본 모든 지방을 통틀어서 돈을 아끼지 않는 단 하나의 것이 다시재료들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가쓰오부시나 다시마 등의 국물재료들은 최고급품만 사용한다.


반대로 관동 지역에서는 관서의 우동을 보고 '허여멀건해서 맛이라도 제대로 나겠나?'라고 한다고... 한국 사람의 입에는 관동식이 잘 맞지만 일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이런 경향 역시 흐려지고 현재는 취향에 따라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소금을 쓰냐 간장을 쓰냐의 차이이기 때문에 맑기는 관서식이 더 맑지만 실은 관서식이 더 짠 편이다.


박력분이나 중력분 밀가루를 소금과 함께 반죽하여 칼로 썰어서 면을 만든다. 밀가루는 일본에서 생산된 밀로 만든 밀가루가 아닌 호주의 Australian Noodle Wheat (ANW) 또는 Australian Standard White (ASW) 라는 품종을 쓴다. 특히 ANW는 일본산 밀보다 훨씬 사누키 우동 제면에 적합하여 일본 우동의 특성에 특화되어 재배 된다고 한다. 

매우 전통적인 사누키 우동은 손으로 반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밟아 반죽함으로써 쫄깃한 면의 식감을 극대화시킨다. 물론 기계를 도입하여 반죽하는 곳도 있고, 수타나 수연 방식을 이용하는 곳도 있으며 이곳들 또한 발로 뽑은 우동에 못지않는 수준이다.

국물과 고명

국물은 대체로 가쓰오부시를 베이스로 하고, 지역 및 점포에 따라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맛을 더한다. 고명 역시 어묵, 튀김, 텐카스, 해산물, 버섯, 채소, 죽순 등 다양한 재료가 올라가며, 깔끔한 맛을 위해 고명 없이 먹기도 한다. 고명에 따라 우동의 명칭도 달라지는데, 유부는 '키츠네 우동', 텐카스는 '타누키 우동', 날달걀은 '츠키미 우동', 찹쌀떡은 '치카라 우동' 등등 그 명칭도 다양하다. 오사카에서는 대부분의 우동집에서 텐카스를 무료로 주기 때문에 고명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야끼우동(볶음우동), 카레 우동, 크림 우동, 명란 우동 등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우동도 존재한다.

카가와 현의 사누키 우동

우동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일본 시코쿠 카가와 현. 우동의 대명사인 사누키 우동을 만드는 곳이다. 카가와의 옛 지명이 사누키라서 사누키 우동이다. 굵고 매끈한 면발로 유명하며 카가와 현 사람들도 국물보다는 면발 맛으로 먹는다. 때문에 사누키 지역에서는 국물 없이 간단한 고명과 간장만 넣고 비벼먹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동하면 보통 면발보다 국물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은 일본에서는 비단 우동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면류가 그렇다. 일본에서 메밀 소바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츠유만 찍어 먹는 모습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 극단적인 예가 다라이 우동(대야 우동)으로 1인분의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소바처럼 츠유에 찍어먹는다. 먹을 때에는 후루룩 빨아 넘기면서 면발의 탄력을 음미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씹지 않는다 해서 '목으로 맛을 본다' 라는 표현을 한다. 목으로 면이 넘어가는 느낌을 '노도코시'라고 부르며 굉장히 좋아하나, 괜히 익숙치 않은 방법을 따라해서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 현지인도 씹어먹는 사람은 잘만 씹어먹는다. 


우동의 대명사격인 사누키 우동은 냉우동으로 먹을 때 사누키 우동의 자랑인 면의 쫄깃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동 하면 면보다 뜨끈한 국물을 먼저 떠올리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우동을 차갑게, 그것도 국물 없이 먹는다는 것은 꽤나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뜨거운 국물 속에서 풀어진 면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유명세 덕분에 카가와나 사누키의 이름을 딴 우동 가게가 일본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도 다수 존재한다. 카가와 현에서 유스케 산타마리아 주연의 '우동'이라는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카가와 이외 지역

사누키 외 유명한 지역 우동을 꼽으면 이렇다.

아키타현의 이나니와 우동

둥글지만 가는 면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우동과 달리 소바(메밀국수)에 가까운 형태이다. 한국에서는 이마트에서 PEACOCK 이나니와 우동을 판매하고 있다.

군마현의 키류=히모카와 우동

우동처럼 보이지 않는 가늘고 넓은 면을 사용한다. 파스타의 라자냐 같은 위치다.


야마나시현의 요시다 우동

발이 굵고 푹 삶았음에도 딱딱한 식감이 특징이다. 


나고야의 키시멘

우동과 비슷한데 별개로 취급되기도 한다. 



미에현의 이세우동

육수가 검고 달큰한 편이다. 육수가 거의 없다.



하카타의 카시와 우동

닭육수를 사용한다. 홍대거리의 모 우동집이 이것을 들여와서 대박을 치기도 했다. 





규슈 오이타의 야세우마

너비가 좀 되는 우동 면발에 콩고물을 묻혀먹는 과자다.




도치기현의 미미우동

우동 면의 생김새가 귀(일본어로 미미)와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진 우동집으로 장우동(창업자의 성함이 장진숙 씨라고 한다), 클우동, 용우동 등이 있다. 2000년대 초에는 가히 편의점만큼이나 많이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밥천국 등에 밀려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2012년 12월에 뜬금없이 카가와현 출신 일본 최대 우동 체인인 "마루가메 세멘" 이 홍대 앞에 진출하여 충격을 주었다. 그냥 분점도 아니고 인테리어나 주문 방식까지 현지와 동일하게 맞췄다. 워낙 뜬금없는 진출이라 한국 사람은 물론 일본인들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2016년 현재 한국 진출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던지 신촌, 강남, NC부산서면점까지 11개의 점포로 확장했다. 

우동의 질은 높은 편이며 튀김의 경우 어설픈 일식집보다도 낫다는 평이다. 다만 가게마다 회전률에 따른 음식의 퀄리티가 차이가 있긴 한다. 면은 거의 비슷하나 튀김은 가게에 따라 차이가 조금 두드러 지는 듯. 그리고 오니기리의 경우 어느 지점이든간에 별로인데, 설탕을 들이붓는지 너무 달다고 한다. 일본 지점들과 맛이 전혀 다르다는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 현지화한 모양인데 실패한 듯 하다.

부산광역시에서는 면을 어묵으로 만든 우동도 존재한다. 특허까지 낸 듯.

인스턴트 식품으로도 많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농심 生生우동이 있다.

여담
한국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알려진 일본 이야기는 사실 우동이 아니라 소바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연말에 해넘이 소바(토시코시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연말에 소바를 먹는 정서가 한국에서는 익숙치 않은 바람에 보다 겨울에 잘 어울리는 우동으로 로컬라이징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에서 가끔 급식으로 우동면과 우동 국물이 나오는데, 이때는 국물은 아웃 오브 안중이고 면발만 많이 퍼가려는 경쟁이 일어난다. 그래서 한창 휩쓸고 나면 면은 꼬투리도 못 찾아보고 국물만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밥차가 교실로 와서 배식이 진행되는 경우엔 면발이 서로 들러붙어서 배식이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급식 아주머니나 짬 쌓인 배식 당번들은 우동 국물을 면에 끼얹어 손쉽게 해결한다.


경상남도 통영시에는 우동에 짜장소스를 곁들여서 만든 일명 우짜가 있다. 맛은 둘째치고 양이 아쉽다는 평이 많다.

가가와 현 다카마쓰에 있는 다카마츠 대학에서는 우동학이라는 학부가 있다.

한국식 중화 요리 우동


일본식 우동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고 봐도 무방한 요리. 해산물과 야채를 볶은 후 여기에 육수를 부어 국물을 낸다. 하얗다는 것에서 나가사키 짬뽕과 조리법이 비슷하기도 하다. 고명을 따로 얹기도 한다. 면은 대체로 짜장면과 같은 면을 쓴다. 즉, 수타 짜장 집에서는 수타 우동을 먹을 수 있다.

역사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의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화요리점에서 이 음식을 일본인에게 어필하고자 우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추측되기도 한다. 채만식의 소설 태평천하에 나오는 음식이기도 하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음식점에서 짬뽕 대신 짜장면과 함께 투톱 체제를 유지하던 요리기도 했다. 1970년대에 연재되기 시작한 고우영 삼국지 초반부 황건적의 난을 보면 중국 음식점 대표 음식으로 짜장면과 울면이 표현되는데, 사실 울면은 중화 우동에 전분과 참기름 등을 첨가했을 뿐인 레시피가 거의 비슷한 음식이다.

그렇게 한땐 짬뽕보다 더 대중적인 중화 요리였지만, 1990년대 들어 개그맨 이창훈이 '봉숭아 학당'에서 "난 짬뽕"이라는 유행어를 유행시키면서 대세가 바뀌었고, 21세기 들어 일식 붐이 일어난 후엔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중국집 화력 상승과 함께 웍의 불맛이 강조되면서 뒤쳐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중화요리점에서 개운한 해물면을 먹고자 하는 사람은 대부분 짬뽕을 시키고, 맵지 않은 해물면이라 해도 사천탕면, 백짬뽕, 굴짬뽕 등 다른 메뉴들이 생겨나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것이다. 또한 우동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돈이 있으면 울면을 시키는 일이 잦다.

하지만 현재도 나름대로 일정한 팬층은 있는 듯. 부산을 중심으로 쫄우동이라는 변종이 나타나기도 했다. 쫄면 면발로 쫄깃하고, 왠지 모르게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부산 사람들 사이에도 호불호가 갈릴 뿐더러 애초 찾기 힘들다. 그 외 노년층들은 지금도 회식 같은거 하면 짬뽕 대신 우동을 시키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한다.

여담
일본 중화요리점에서 중화소바를 시키면 한국의 중식 우동과 비슷한 것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단,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쇼유라멘이 나온다. 구글에서 中華そば라고 검색해보면 쇼유라멘만 잔뜩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선 라멘의 효시가 중화소바라고 하고, 실제 돈코츠 라멘이 유행하기 전에는 중화소바 비슷한 라멘이 대세였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중화 우동은 일본의 우동이 아니라 일본의 라멘과 사촌지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동을 시키면 중국집의 재료 신선도를 알 수 있다. 해물을 쓰는 데다가 재료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집은 도매상에서 재료를 떼어다 쓰므로 요리마다 맛 차이가 크지 않다. 짬뽕처럼 강한 양념으로 맛을 숨기기가 불가능해서 재료 맛이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동네 중국집 중 재료 상태가 좀 좋지 않은 곳에서는 이를 감추고자 후추범벅 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즉, 중식 우동은 울면과 함께 한 가게의 요리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메뉴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