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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군 어서오고~" 방탄소년단 밴 플리트상 수상소감에 대한 중국의 억지 비난



밴 플리트 상은 해당 상의 이름이 된 제임스 밴 플리트 전 미 육군 대장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그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한-미 간 민간 우호 증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의 2020년 수상자가 방탄소년단으로 선정되었으며, 이 행사에서 RM은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 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고 왜곡해 비난했다. 현지 언론 텅쉰왕은 "BTS의 수상소감은 미국의 침략과 아시아에 대한 간섭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희생이 된 중국의 선열들이 겪은 쓰라린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가는 단순히 생각해봐도 중국은 침략자이자 전범인 북한을 도운 한국의 적국이었는데 북한도 아니고 한국에게 적국의 희생을 잊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가?

당연히 국내 및 전 세계 팬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 한국에서는 남침을 한 북한을 도와준, 그것도 당시에 남한의 적국이었던 중국이 "중국의 고귀한 희생"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고, 해외에서는 한국전쟁에 대한민국의 동맹국으로서 참전한 미국에 대해 한국인이, 그것도 한-미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 벤플리트상의 수상소감에서 감사를 표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냐는 반응이다. 국내에서는 중국 네티즌들의 과한 민족주의적 행태와 중국 정치체제를 두고 "차이나치(Chinazi)"라는 말로 공격하고 있으며, 외신에서도 억지스러운 고집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결국 자기들도 너무 심하게 무리수라는 걸 아는지 슬그머니 기사들을 내리며 중국 외교부도 한발짝 물러선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에서는 “우리는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한중)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환구시보는 처음엔 기사 제목을 수정하더니, 이윽고 방탄소년단 관련 기사를 내려버렸다. 나중에는 한국 측에서 논란을 키웠다는 적반하장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아미 팬덤은 물론 전세계 외신까지도 중국의 이런 과한 민족주의적 행태를 좋지 않게 보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방탄소년단의 언급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이 사태가 미중 관계의 악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생겨 상황은 중국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코로나19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반중 정서가 짙어졌고, 미중 관계가 악화하여 한중관계의 중요성이 커진 와중에 사태가 커지자 중국의 입장에서는 많이 부담이 되었는지 환구시보에서 "한중 관계의 손상을 원치 않는다"는 조의 보도를 내보내는 등 정부 차원에서는 자제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중국 국민들의 감정은 격해져 증오범죄에 가까운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BTS 폰 케이스를 끼고 있었다는 이유로 골절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당했다는 것. 심지어 맞아 싸다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한편 국민의힘 김현아 비대위원은 14일 '정부·여당이 중국 내 BTS 비난 여론에 침묵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냐. 정치인이라면 외교적 사안에 대해 무책임하게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여론이 악화한 배경을 두고 '동북아 근현대사는 식민지배와 독립투쟁, 이념과 갈등,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라서 민족적 감수성이 앞서기 십상'이라며 '그 나라의 민족적 자부심이나 역사의 상처를 건드리면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곤 했다'고 발언하였는데, 해당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자 'BTS 발언에 대해 제 가치 판단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동북아 근현대사에서 민족적 감수성이 쉽게 촉발되는 일반적인 현상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며 언론에서 프레임을 씌우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족적 감수성으로 촉발된 일반적 현상을 논한다고 해도, 민족적 감수성을 논하기 전에 자신이 대한민국의 한 국회의원으로서, 어느 민족의 감수성을 먼저 헤아려주고 어떤 민족의 입장에 서서 두둔을 해야할지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는 의견이 있다. 민족적 감수성이란 말 그대로 어떤 민족의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쉽게 바뀌지 않는 공통된 감정, 가치관, 관습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특정한 입장에서만 내밀거나 침묵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민족의 감정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배제하더라도, 6.25 전쟁(중국의 입장에서 항미원조전쟁)은 한민족의 입장에서 볼 때,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된 국가가 아닌 분단국가인 채로 남아 민족의 분열을 가져오고 실향민과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역사적인 사건으로, 아직까지도 한국인의 마음에 깊이 박혀있는 상처이고 지금도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까지 분열을 도모하는 모든 남북갈등의 기폭제가 된 사건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항미원조전쟁은 그 당시 북한을 원조하며 그들 나름의 희생이 발생했을지언정, 그들은 남의 나라의 땅에서 전쟁에 지원하여 원하는 목표를 결국 이루어낸 입장이다. 수 없이 많은 희생을 치뤄야 했던 우리나라 국군은 남의 나라 땅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을 치룬 것도 아니며, 우리 민족이 자리잡고 살던 전통적인 영토를 잃은 입장이고 우리 민족은 그로 인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고향을 잃었다.

중국의 역사를 아는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우리의 현대사가 험난했던 것처럼 그들의 근현대기 또한 뼈저리게 고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국(中國)의 한자 뜻에 걸맞게 국력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아시아 제일 강대국의 지위를 누렸던 한족 국가인 명나라, 청나라 시대를 지나 근대에 접어들어서는 서구 열강들에게 침략을 받고 영토까지 빼앗겼으며, 일제에게 점령을 당하던 시기에 대학살을 겪었다. 일제가 물러난 뒤로도 중국 민족이 사상으로 나뉘어져 공산당과 국민당의 전쟁 끝에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갖가지로 시민사회를 퇴보시켰던 변화도 겪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중국 민족과 사회를 뒤바꿨던 여러가지 대형 사건들 중에 굳이 그들이 남의 나라를 침략해 목표를 이룬 전쟁인 6.25 전쟁(항미원조전쟁)을 논하며 피해국인 우리나라의 민족의 아픔을 얘기하는 와중에 우리 중국의 인민군의 희생을 무시하는 발언이다!며 태클을 걸 만한 자격이 있는 민족적 감수성일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만 이때 시점 기준으론 한국 측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정치권이 어떠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해당 논란이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한 의견도 아직 없었고, 중국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반미감정 또는 민족주의, 국민감정에 기초해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논란에 우리 정부가 굳이 반박의견을 제기하여 일을 키워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 정부나 여당이 당시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표명했다면 신동근 최고위원의 말마따나 우리나라가 먼저 나서서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이 된다. 중국 외무성 측에서도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논란이 시작 된 후 며칠 뒤, 이후 문단에 후술하듯이, 시진핑 주석의 역사왜곡적 주장에 대해 정부 측에서도 직접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10월 19일 중국 물류 5위 기업 '윈다'가 한국지사 계정을 통해 BTS 관련 제품의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세관을 총괄하는 해관총서에서 방탄소년단의 굿즈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중국 택배사들이 방탄소년단 상품 집하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연예인까지 번질 수 있다는 내용은 덤. 그 뒤 '위엔퉁', '중퉁' 2곳이 추가로 BTS 관련 제품의 운송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해당 조회글은 웨이보 조회수를 올리려는 마케팅 계정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장하성 주중 대사가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고위급 인사에게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 사건은 알음알음 BTS의 존재감을 체감하던 해외의 비한류 팬들 사이에서는 먼 아시아의 한국이 중국 바로 옆에 있음에도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이며, 그 반대 진영인 제1세계에 속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 일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한국이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공산주의에 가까운 나라라고 잘못 알고 있는 때가 의외로 꽤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때마침 방탄과 관련해 중국에서 이토록 격하게 정치적 입장 차이로 인한 극단적인 반응을 내비치니 그만큼 한국의 이미지가 중국과는 반대되는 양상으로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었다. 실제로 해외의 어떤 네티즌은 '방탄소년단이 자유가 보장되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본인은 방탄의 팬이 딱히 아님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방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으로 중국이 BTS를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가 빈약한 소프트파워만 노출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아시아 정치경제 전문가 네이선 박은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서 '중국이 케이팝 거인 BTS에 싸움을 잘못 걸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빈약하다는 점점 뚜렷해지는 사실의 또 다른 사례이며 최근 BTS를 겨냥한 것과 같은 격렬한 국수주의는 상대를 설득할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타임스가 BTS 기사 일부를 조용히 삭제한 것을 비롯해 중국 매체들의 공세가 이틀을 가지 못했고 소셜미디어의 비판도 덩달아 수그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