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 밴치마킹 tvN '나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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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 밴치마킹 tvN '나는 살아있다'


2020. 10. 12.

TVN 에서 가짜사나이와 유사한 포맷의 ‘나는 살아있다’ 라는 새 예능의 런칭을 예고했다. 실험정신이 남다른 편인 TVN 답게 재빠르게 플랫폼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성패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출연진들이 잘 구르느냐’ 가 될 것이다.
아무튼, 토크쇼 → 공익 예능 → 스튜디오 → 리얼 버라이어티 → 서바이벌 오디션 → 관찰 예능으로 이어져 오는 대세 예능 플랫폼의 판도에 또 하나의 지각 변동이 발생할 듯 하다. 사실 관찰 예능도 1세대격인 나혼자 산다가 벌써 8년차인지라 플랫폼 자체의 수명도 오래 되긴 했다.



사실 가짜사나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기존 예능 플랫폼에 대한 염증은 이미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다. 슈돌은 사실상 저출산 시대 중노년층의 손주 욕심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부유층 셀럽의 브이로그가 돼 버렸고, 삼시세끼는 제약조건 조절에 실패하여 쿡방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으며 지나친 PPL 은 예능을 보는 것인지 광고를 보는 것인지 헷갈리게 했으니 말이다.

결국 기존 예능의 매너리즘 문제는 대한민국 예능계의 원탑인 나영석 PD 조차 피해가지 못한 것이고, 이는 어쩌면 트롯 프로그램의 급격한 대세화와 같은 맥락 위에서 봐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도 든다. TV 시청자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젊은 세대는 이미 유튜브로 갈아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생존 예능’ 이라는 식으로 최근의 흐름을 퉁쳐서 묶으려는 느낌이 조금 보이던데, 생존 예능은 이미 정글의 법칙이나 두니아에서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생존 예능은 아니고 굳이 카테고리화 하자면 갱생 예능 정도로 봐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람을 군대식으로 굴리면서 쓸 수 있는 명분이란 게 사실 정신적 갱생이 다이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길지도 잘 모르겠다. 망가지고 구르는 것 보는 것도 그것을 통해서 어떤 웃음이 추구돼야 하는 것이지 당장 가짜사나이 2기 1화만 봐도 그저 욕을 위한 욕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가짜사나이 팬들은 특수상황에서의 스트레스며 긴장감이니 절제력 등을 운운하며 쉴드를 치고 있으나 그것은 그들이 그 프로를 재밌게 느끼는 이유일 뿐 욕하는 것이 잘하는 짓이라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결국 진짜사나이의 군대 같지도 않은 군대와 정글의법칙 조작논란 등 한국 예능이 지속적으로 쌓아 온 어떤 업보가 결국 거대한 반작용으로 돌아온 느낌인데, 트럼프 당선부터 시작해서 2015-6년 이후의 세계는 결국 냉전 종식 이후 이 사회가 여기저기서 쌓아온 모순들에 대한 반작용들에 일제히 직면하는 시기라 느껴진다. 물론 그 반작용들 역시 대략 변변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