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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의 전모를 추적해 보자

<배럿 대법관 지명식 참석자 중 Covid-19 감염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장례식>


트럼프 대통령의 Covid-19 확진이 대선에서 각자에게 끼칠 유불리를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최악의 경우 트럼프가 사망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트럼프는 고령/비만/남성이라는 코로나 고위험군의 특성 3가지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미 미 대선은 후보자 선택의 시간을 지나 확신을 굳히는 단계로 민심이 넘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문제는,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어떻게 바이러스가 백악관을 뚫고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었는가?" 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이러한 경로로 추적을 해 볼 수 있다.

◇ 화요일 (9월 29일, 한국 시각 30일)

- 트럼프, 바이든과 대선 1차 TV 토론 개최
- 트럼프의 가족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음

◇ 수요일 일중 (9월 30일, 한국 시각 9월 30일~10월 1일)

- 트럼프, 이 시각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의심됨
- 언론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아직 공유되지 않음
- 바이든의 대선 팀과의 별도 접촉은 없었음

◇ 수요일 오후 (9월 30일, 한국 시각 10월 1일)

- 트럼프, 미네소타 유세에 등장함. 일부 후원자와의 미팅 진행
- 호프 힉스 보좌관, 코로나 증상 발현 시작, 에어포스원에 격리

◇ 목요일 (10월 1일, 한국 시각 10월 2일)

- 호프 힉스 보좌관, Covid-19 확진 판정

- 트럼프, 뉴저지의 한 골프 클럽에서 18명의 후원자와 미팅.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참석자 중 한 명은 그가 "피곤해 보였다." 고 진술

- 트럼프, Covid-19 치료를 위한 의학적 처치를 개시

◇ 금요일 (10월 2일, 한국 시각 10월 3일) 오전 1시

- 트럼프 확진 뉴스 전국 보도

실제로 지난주 토요일 배럿 신임 대법관의 지명식 이후 트럼프의 행적을 추적하면, 사실상 힉스가 트럼프에게 전파한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감염돼 온 트럼프가 바이러스를 사실상 퍼트리고 다녔다는 가설에 상당한 설득력이 부여된다. 심지어 위 일정표에서도 드러나듯 현재 트럼프는 확진 사실을 거의 사흘 이상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백악관 주치의인 Dr. Sean Conley 의 기자회견문에 등장한 "72 hours into the diagnosis" 라는 표현 때문에 더욱 큰 의심을 사고 있다.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고서 72시간이나 활동을 했다는 것이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콘리는 즉각 회견문을 수정하여 "진단 3일 차에 접어든다는 뜻." 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 하면, 미합중국의 No.1 이 코로나 유증상을 보이는데, 진단 결과가 도출되는 것에 이틀이 걸린다는 것부터가 신빙성이 낮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합중국 대통령은 Priority Ultra 급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Covid-19 확진 여부를 가르는 6시간 이상으로 시간이 소요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백악관발 환자가 속출한 것도 결국 트럼프의 확진 사실 은폐가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마스크 착용자를 동프리슬란드의 멍청이인 마냥 취급하는 백악관의 내부 분위기 역시 집단감염에 일조했다. 당연히 백악관에도 방역 프로토콜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고 할지라도 보스가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프로토콜을 잘 지키기가 어렵다. 즉 백악관 전체가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결국 본인부터가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는 트럼프의 특성상 아마 지난 토요일 배럿의 지명식에서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한 후, 이것이 트럼프를 타고 백악관 전체로 퍼졌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특히 공화당은 상원의원 둘에 전국위원장까지 코로나에 감염되어 비상이 걸렸다. 가히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어둠의 포스라 불릴 만 하다.

한편, 미국을 되살리려 홀로 고군분투하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지난 9월 12일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 바 있다. 바로 대선을 앞두고 '슈퍼전파 이벤트(Superspreading Event)' 가 슈퍼전파자 그 자체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의 이야기였다. 슈퍼전파 이벤트를 줄인다면 슈퍼전파자가 아무리 많더라 할지라도 그들이 퍼트릴 희생자가 없으니 방역에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사실 슈퍼전파 이벤트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방역의 핵심이기도 했다. 교회며 노래방이며 각종 유흥시설은 물론이오 집회까지 모조리 차단한 것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이는 사람이 덜 죽어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명박산성과 비교하며 한가한 소리나 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꼴을 봐도 배우는 게 없겠지만 말이다.